아시아 경제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지난 97년의 역내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경제계 중진들이 29일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동아태국장을 지낸 후 도이체방크의 아시아담당 회장을 맡고 있는 휴버트 나이스는 이날 홍콩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산하 동아시아경제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시아가 실질적으로 침체에 빠졌다"면서 그러나 그 유형이 지난 97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나이스 회장은 "현재의 위기가 특히 미국 경기둔화와 이로 인한 아시아 수출감소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면서 이것이 국내경제 약화에서 비롯된 지난 아시아 경제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IMF의 스기사키 시게미쓰 부총재는 "중국을 제외할 경우 아시아의 올해 평균 성장이 1-2%에 그칠 전망"이라면서 이것이 "지난해 기록된 6.5%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파이스턴 텍스타일'의 더글러스 동-수 회장겸 최고경영자도 "대만이 지난10년간 연평균 6%의 성장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2분기 기준으로 작년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이 오히려 2.1% 줄었다"면서 "실업률도 전례없이 높은 5.2%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아시아가 "향후의 요동"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많은 도전과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의 앨라스데어 모리슨 회장은 "아시아의 기업 환경이 악화되기는 했으나 이를 빌미로 변화를 회피해서는 안된다"면서 "미국경기 침체만 탓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 낮은 자본효율 등을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미국이 회복될 날만 마냥 기다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소재 SG 증권의 마누 바스카란 사장은 9.11 테러로 아시아 수출이 타격받았다면서 그러나 "진짜 문제는 아시아의 구조 조정으로, 이것이 현재 실질적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구조 개혁이 부진하다는 비판이 많다면서 그러나 "기업 차원에서 볼때 많은 것이 변했다"고 평가했다. 바스카란 사장은 "현재의 상황을 종합할 때 아시아 경제의 장래가 사람들이 우려하는만큼 어둡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홍콩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