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경쟁력" "시장" "효율" 등이 산업재편의 핵심이다. 중국 경제무역위원회가 작성한 "산업별 10.5 계획"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1차 발표된 기계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13개 산업과 최근 추가된 첨단산업을 포함, 모두 14개 산업의 향후 5년간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각 산업별로 현황 및 문제점, 10.5 기간 목표,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요 업종을 간추린다. ◇ 철강 =대형 철강업체를 중심으로 업계를 재편한다. 중국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10대 업체의 생산비율을 작년 50%에서 오는 2005년 80% 이상으로 늘린다. 이를 위해 생산품별, 지역별로 철강업체의 통폐합을 추진한다. 중국 철강업계는 작년 말 현재 연간 판매량이 5백만위안(1위안=약 1백60원)이 넘는 업체만도 2천5백6개에 달하는 등 난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10.5 기간중 농업설비,건축 자동차 기계 교통 등의 산업부문, 서부개발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관련 분야, 국방 및 군수 분야 등에서 철강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중국 철강 시장에서의 국산품 비율을 2000년 90%에서 2005년 95%로 높인다. 철강산업은 WTO 가입으로 이득을 보는 분야가 될 것이다. WTO 가입으로 인한 해외수출 효과가 관세인하에 따른 수입 증가를 크게 웃돌 것이기 때문이다. 반(反)덤핑 관세 등의 비(非)관세 장벽이 중국 시장보호의 유력한 수단으로 등장할 것이다. ◇ 경공업 =중국은 경공업 생산대국이다. 그러나 10.5 기간 중에는 '생산대국'이 아닌 '생산강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수량뿐만 아니라 질(기술)면에서도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도록 기술개발에 산업정책의 초점을 모은다. 중국의 경공업 기술 수준은 전반적으로 볼 때 선진국보다 10년 뒤처져있다. 10.5 기간에 기업의 기술발전을 적극 지원, 경공업분야 20개 세계 브랜드 및 30억위안 매출액 기업 1백개를 만든다. '세계공장'의 이점을 활용, 이 분야 수출액을 작년 7백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 1천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가전업계의 경우 중국업체들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된다. 이들 가전업체의 진출을 적극 유도한다. ◇ 기계공업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업계를 재편, 대형 기업집단을 육성한다. 오는 2005년까지 국제시장 장악력을 갖춘 기업 10∼15개를 양성한다. 국가는 이들 대기업에 대해 자금 기술 인력 등을 지원,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런 한편으로는 경영실적, 기술수준 등을 감안해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과감히 도태시킨다. 기계공업은 대형 생산(공장)설비, 자동차 부품, 농기계, 기초 분야 등으로 나눠 관리한다. 기계공업 분야는 WTO 가입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균 관세율은 13%지만 각종 우대정책으로 실제 관세율은 10%에 머물고 있다. 기계업계는 WTO 가입으로 해외시장 진출 길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자동차 =승용차를 중심으로 발전시킨다. 전체 자동차 생산에서 차지하는 승용차 비중을 지난해의 29%에서 35% 이상으로 늘린다. 또 승용차는 1천3백㏄급 소형차 위주로 육성한다. 트럭 산업용 자동차 등 승용차를 제외한 차종은 외국기업과의 합작 및 기술제휴를 늘려 기술을 발전시킨다. 국산 승용차에 대한 지원 정책은 10.5 기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산화 정책에 힘입어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의 국산차 비율은 95%에 달하고 있다. 이치(一氣) 둥펑(東風) 상하이자동차 등 3개 업체가 전체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WTO 가입으로 자동차업계는 체질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관세율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외국산 자동차와 중국 자동차 업체간 가격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WTO 가입과 함께 국내 업체의 국산화 의무 조항을 완화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외산 부품을 사용,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 석유화학 =중국은 현재 석유화학 제품 소비의 절반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WTO 가입 이후 관세율이 낮아져 외국제품의 시장공세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0.5 기간중 외국투자를 적극 유치, 자국내 생산체제를 서두른다. 5년 후 기본적인 자급체제를 구축한다. 전국 주요 지방도시에 석유화학단지를 조성, 국내외 업체들을 끌어들인다. 이 단지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은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에틸렌 합성수지 합성고무 에틸렌 등 주요 화공제품 시장은 오는 2005년까지 6∼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방직 =중국은 방직분야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WTO 가입으로 혜택을 보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그러나 중국방직 산업은 기술적으로 볼 때 선진국에 크게 뒤진 실정이다. 가장 큰 원인은뮌?蓚汰?비효율에 있다. 전체 방직산업에서 국유기업의 생산량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지만 이들의 이익은 전체 이익의 23%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대형 국유기업은 주식시장 상장, 외국기업과의 합작 등을 유도한다. 대신 실적이 불량한 업체들은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방직산업 분야 수출액을 작년 5백20억달러에서 오는 2005년 7백50억달러로 끌어올린다. ◇ 건축자재 =외국기업과 함께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다. WTO가 기술발달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 대형 기업을 육성해 10대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시멘트 17%, 유리 50%, 합섬유리 60% 등으로 올린다. ◇ 전력 =전력 효율 향상을 위해 외국기업의 전력부문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 또 중서부지역의 전력자원을 동부개방도시로 끌어오는 '서전동송(西電東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05년 말까지 중국의 전력 공급을 기존 3억2천만㎾에서 3억9천만㎾로 끌어올린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