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올들어 벌써 7번째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미 때가 늦어 세계적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미국의 급격한 경기둔화가 국내에서는 아니더라도 멕시코,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는 이미 경기침체를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산업생산이 감소는 아닐지라도 정체상태에 빠지는 나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2.4분기에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전세계 산업생산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잡지는 내다봤다.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내주중 제로 또는 심지어 마이너스로 하향수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경기가 저점에 가까웠다는 조짐들은 있으나 반등할 조짐은 거의 없다고 잡지는 말했다. 이런 와중에 유럽 최대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경제는 지난 2.4분기에 정체상태에 빠졌고 유로화권 전체의 성장률도 제로를 크게 상회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잡지는 말했다. 또 일본경제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동아시아와 중남미의많은 국가들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세계적 경기둔화가 지난 50년간 나타났던 경기둔화들과 3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그 때문에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 이번 경기둔화는 과거보다 훨씬 더 넓게 확산되고 있어 지난 30년대 이후 가장 동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여기에 가장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투자붕괴가 이들의 동아시아 국가 제품들의 수입을 감소시켰고 이로 인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위축은 다시 미국과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으로부터의 수입도 감소시켰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미국과 세계 경제의 하강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이로 인해 상당히 높아졌다고 잡지는 말했다. 두번째 차이점은 겉보기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번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지난 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재정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세금감면을 가능하게 했고 운좋게 타이밍도 맞아 소비지출을 부양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리인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통화전달 메커니즘이 부분적으로 막혀있다는 것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보통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는 6-12개월이 걸리며 통상 장기채권수익률이 낮아지고 주가가 상승하며 달러화가 약세로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FRB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이후 장기금리는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고 주가는 하락했으며 달러화는 최근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초보다 강한 수준이다. 또 금리인하가 수요를 떠받쳐준 것은 주택시장을 통해서였지만 언제까지나 주택가격 상승이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잡지는 말했다. 미국내 주택가격은 10년여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하락으로 인한 소비자 가계의 충격을 완화시켰고 주택저당대출을 낮은 금리로 다시 받도록 함으로써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감원이 현재와 같은 페이스로 계속될 경우 주택가격이 얼마나 오래 상승세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도 무너질 것이 확실하다. 셋째는 이번 경기둔화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나타나는 수요 붕괴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라 투자 감소가 주도한 것이라는 점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지난 90년대 미국의 길었던 경기확장 국면은 기업들에게 미래 성장과 이윤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갖도록 함으로써 무리한 차입을 통한 과투자를 하도록 유도했다며 설비와 부채가 과잉상태일 때는 금리인하가 수요를 되살리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잡지는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흔했던 이같은 투자 사이드 주도의 경기침체는 과잉설비와 부채를 제거하기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더 깊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잡지는 설명했다. 또 미국의 경기 하강국면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최근의 달러화 약세에도 원인이 있다고 잡지는 말했다. 달러화의 급락은 미국경제의 전망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켜 소비자신뢰를 더욱 저하시키고 주가를 떨어뜨리며 이로 인해 소비를 약화시킬 수 있다. 또 미국의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더욱 어렵게 되고 따라서 FRB가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본격적인 경기침체는 피한다고 하더라도 경기둔화 국면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잡지는 경고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