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우리 통상환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오는 20일 출범할 미국 부시 정부가 강력한 통상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수출품목의 편중화,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 등 우리로서도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 통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그 어느 해보다도 수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통상환경이 불리하게 전개되면 우리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통상환경 악화 실태 =무엇보다 주요 교역국으로부터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총 1백5개의 국내 제품이 수입규제 혹은 조사중이며 지난해 신규제소 건수 27건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교역국들의 불합리한 제도도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선진국들은 석유화학 정보기술 종이 등 국내 제품에 대해 고관세(tariff peak)를 부과하고 있다.

일례로 셋톱박스(STB) 완제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관세율은 무려 14%에 달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름에 따라 현지부품조달(local content) 의무조항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의 미국 EU 시장진출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 선진국들이 동남아에 제공하는 일반특혜관세(GSP), 철강제품에 대한 일본의 시장폐쇄 조치, 조선업에 대한 EU의 무역장벽(TBR) 조사, 중국의 복잡한 통관절차로 국내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 통상환경 악화요인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와 같은 다자간 체제가 약화됨에 따라 각국의 경제관계에 있어 자국의 이익이 중시되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지난 99년 이후 세계 각국간에 국제수지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도 외환위기 이후 정책의 주안점이 위기 극복에 치우침에 따라 상대적으로 통상정책을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은 데다 최근들어서는 특정기업에 보조금 성격의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등 국제 기준에 합치되지 않는 정책들이 새로운 통상마찰의 소지를 낳고 있다.

우리 수출구조도 고부가가치화가 진전되지 않아 갈수록 철강 반도체 정보통신 등 일부 경쟁력 있는 제품에 몰리고 있는 반면 여타 제품들은 우리보다 한단계 낮은 국가 제품과의 수출경합 관계가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23.1%) 컴퓨터(13.6%) 자동차(13.1%) 등 3대 제품이 전체 대미 수출에서 약 50%를 차지했다.

◆ 올해 통상환경 전망 =앞으로 우리 통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국제 통상환경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20일 부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 4천억달러를 넘어선 경상수지적자 축소가 최대 과제로 부각됨에 따라 주요 교역국에 대해 강력한 통상정책을 추진할 뜻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EU도 올해부터 환경.표준인증 기준을 대폭 강화해 우리와 같은 개도국 수입상품을 적극 규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57개국에 달하는 개도국들도 반덤핑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국내 입법을 마련해 올해부터는 자국 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한국무역협회가 1백64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통상환경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에 비해 통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본 기업이 73.2%에 달했다.

반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12.2%에 불과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신용장 내도액 추이를 보면 지난해 8월까지 두자릿대 증가세에서 올해들어서는 감소세로 돌아서 이같은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