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 회장겸 아남반도체의 미국판매법인인 암코 테크놀로지(ATI)의 회장인 김주진(64.미국명 제임스 김)씨가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 최신호(10월 30일자)가 선정한 미국내 4백대 부호중 94위에 올랐다.

김 씨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27억달러(약 3조원)로 집계됐다.

한국인이 미국내 1백대 부호에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브스는 "김씨가 경영하는 암코는 지난 68년 아버지 김향수가 아남산업(현 아남반도체)의 미국내 판매업무를 맡기기 위해 설립했다"며 "암코사는 이후 업무영역을 반도체칩 조립과 가공,테스트 등으로 넓히면서 인텔 텍사스인트루먼트 모토롤라 등과 거래를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잡지는 암코사의 99년 연매출이 19억달러,순이익은 7천6백만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암코는 지난 98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으며 김씨 지분율은 현재 26%선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98년 10월 아남반도체가 경영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자 암코사를 통해 약 21억달러의 자금을 유치,아남반도체가 지난 7월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아남반도체가 암코에 넘기는 반도체칩의 이전가격이 너무 높아 아남반도체의 이익이 암코로 유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아남반도체의 자금을 암코로 빼돌린 적이 없으며 외자유치도 암코가 창구를 맡기는 했지만 채권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외부에서 끌어온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씨는 55년 서울대 법대를 수료한 뒤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 빌라노바대 강단에 선 경험도 있다.

부인인 길정숙(미국명 아그네스 김)씨도 연간 매출 7억7천만달러 규모의 시계및 전자계산기 판매체인인 일렉트로닉 부티크를 경영하고 있다.

한편 포브스지 선정 4백대 미국 부호 가운데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회장(6백30억달러),2.3위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회장(5백80억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3백60억달러) 이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