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로금리 정책을 도입한 것은 작년 2월.80년대 말 버블붕괴이후 침체의 나락에 빠진 일본 경제가 회생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자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금리를 최대한 떨어뜨려 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 만들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대출 뿐아니라 예금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데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다.

통화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혀지기 때문이다.

올초 각종 일본경제지표들이 회복기미를 보이자 일본은행측이 노골적으로 제로금리 포기 운운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였다.

게다가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까지 맞물려 제로금리 포기여부는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증폭시켜왔다.

지난 98년 ''일본은행법'' 개정으로 정부로부터 명문상 독립한 일본은행에 제로금리 포기가 중앙은행의 독립을 입증하는 첫시험대라는 점이다.

이번 정책위원회를 앞두고 정치권과 일본은행이 이례적으로 갈등을 빚은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개인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지표상 일본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제논리''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