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리라는 벤처기업이 원광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간경화 생약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보도가 나간 18일 한경 데스크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그 기사가 사실이냐"는 투자자들의 확인에서부터 "중국에서 한다는 임상
실험에 참여할 수 없겠느냐"는 환자 가족들의 질문에 이르기까지 문의가
폭주했다.

간암 발병률 세계 1위의 한국에서 간경화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뉴스는
독자들의 관심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코스닥에 등록된 이 회사 주가가 오전 일찍부터 상한가를 친 건 당연했다.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보도는 일반에 공개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벤트리는 작년말 코스닥등록때 신약개발건과 관련된 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정확한 실체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국의 반응은 의외였다.

"신약개발 부분은 공모자료에서 빼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못믿겠다는 것이었다.

벤트리는 이달초 간경화 치료제 개발 사실을 다시한번 공개하려고 시도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신약개발 완료"라는 공시를 요청한 것.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루머가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닥증권시장도 색안경을 끼고 보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재료를 누구 좋으라고 공시해주느냐"는 게 담당자의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정말 답답하더군요. 한국에선 생약 복합물질은 신약 허가를 안 내줘 중국에
신약신청을 한 것도 억울한데 도대체 믿어주질 않는 겁니다. 일반투자자들을
위해 사실을 공개하겠다는데도 막더란 말입니다"

미국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 연구교수로 활동하기도 한 이행우
(43) 벤트리 사장은 결국 보도자료 두장을 만들어 각 언론사 팩스로 밀어넣는
방법을 택했다.

별도의 기자설명회도 열지 않았다.

"믿거나 말거나"란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물론 벤트리와 원광대가 개발했다는 간경화 치료제의 효능은 객관적인
검사기관의 최종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신중함"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과연 사실을 그대로 알리겠다는 기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정보공개를
차단할 권리가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사실이 아닌 정보를 공시한 기업은 처벌할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벤트리의 주가는 거의 1주일째 상한가를 기록했고 일반인들은 이제
이 회사 주식을 살 수도 없는 상황이다.

< 차병석 벤처중기부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