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의 화두는 단연 "위기의식"이다.

재계 총수들은 사장단 회의에서나 업무 보고를 받을 때마다 "위기의식"
이라는 용어를 보다 절실한 톤으로 강조하고 있다.

임원회의나 부서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말이지만 한보, 삼미, 진로, 대농, 기아, 해태 등이 차례로
부도가 났거나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상태고 내년도 경기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는 이 용어보다중요한 경영지침이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다.

정몽구 현대그룹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위기의식은 원가절감
수출증대 등 현실적 대안을 강조하는 쪽으로 나타난다.

정회장은 지난12일 사장단회의에서 "재고와 금융비용을 줄이고 원가를
근본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강구해, 체계적으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김회장은 지난달 2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세미나에서
"변화와 혁신의 전위를 담당해온 재계가 희생의 각오로 앞으로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면서 "생산성과 가동률을 높이는 것외에 수출경쟁력을 높일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비해 구본무 LG그룹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잘나갈 때 앞날을
걱정하자"는 원론충실형.

구회장은 27일 용평리조트에서 폐회된 "97글로벌 최고경영자 전략회의"에서
"기존에 경쟁력이 있던 사업조차도 언제 패되할 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인
만큼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달라"고 그룹최고경영진들에게 주문했다.

이회장은 최근 일간지 기고문에서 ""기업수명 30년설"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차원높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원높은 위기의식"이란 "사업이 잘되고 업계 선두의 위치에 있을
때에도 항시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영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