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 조기퇴직 등의 이름으로 단행되고 있는 대량 감원의 태풍이
여전히 사회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많은 근로자들이 한창 일할 나이에 경영악화를
이유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퇴직의 고통은 어느날 갑자기 출근할 곳이 없어졌다는 사실에서
실감나게 다가온다.

많은 퇴직자들은 가족에게 실직사실을 숨기고 공원으로 출퇴근하거나
정처없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들 퇴직자에게 당장 필요한 곳은 고단한 몸을 추스리고 새출발을
도모할수 있는 "중간거점 공간"일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퇴직자에게 정신적인 안도감을 주는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재취업업무를 측면지원해주는 전직서비스업 (Outplacement
Service)이 크게 성행하고 있다.

이 업종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는 뉴욕에 본사를 둔 "드레이크 빔 모린사"
이다.

원래 인사관리 컨설팅업체였던 이 회사는 감원대상사원의 처리문제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늘면서 미국최대의 전직서비스 회사로 변신했다.

전직서비스업의 태동배경은 지난 80년대부터 활기를 띠고있는 미국의
리스트럭처링 (사업재구축) 붐이다.

리스트럭처링을 하다보면 기존사업부문과 신규사업분야에 속해 있는
직원의 입장은 판이하다.

고수익을 올리는 신규사업분야 종사자는 더 나은 대우를 받게되지만
반대의 경우 부득이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다.

드레이크 빔 모린사는 이런 퇴직자들을 받아들여 비교적 단시간에
최적의 직장을 찾아낼수 있도록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서비스의 내용은 임원과 일반 직원별로 차별화하고 있다.

임원급인사는 개인사무실과 비서서비스를 비롯 컨설턴트와의 1대1상담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하위직 근로자에게는 취업강의를 해주거나 이력서작성을 돕고 있다.

또 개인전화가 있는 작은 칸막이 방이 제공된다.

서비스기간은 보통 6개월~1년이다.

서비스제공에 따른 비용은 감원전 회사에서 받고있던 연봉의 12~15%이며
여기에 서류 통신요금이 추가된다.

문제는 비용부담의 주체인데 감원을 실시한 회사가 모두 부담하고 있다.

회사가 부담하는 이유는 퇴직금이 없는 미국 노동시장의 경우 이러한
전직서비스 제공이 감원협상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서비스에 취업알선업무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퇴직자들이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직 서비스회사가 이처럼 업무영역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대량 해고시
취업알선업무를 감당해낼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1만여명의 직원을 해고한 IBM의 경우가 그렇다.

IBM으로부터 전직서비스를 의뢰받았으나 5백명의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있는 모린사로서는 이들의 취업알선업무를 해결할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고용관행도 최근들어 평생고용개념에서 연봉개념으로
변하고 있어 전직서비스업이 도입될 날도 멀지 않은것 같다.

문의 (02)588-8869

< 유재수 한국벤처창업정보원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