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strong)기업" 삼성이 "좋은(good) 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반면 줄곧 "좋은 기업"의 이미지로 비춰져 온 LG는 "강한 기업"으로의
이미지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스트롱 컴패니에서 굿 컴패니로,굿 컴패니에서 스트롱 컴패니로의
"이미지 교환"이다.

이들 그룹의 움직임이 더욱 관심을 모으는 건 이미지 변신을 넘어
전통적인 경영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경영전략,나아가 기업 이미지의 리스트럭처링을
모색하고 있는 것. 삼성그룹의 전략 변화는 올들어 이건희회장이
내세운 "사회신뢰경영"에서도 확인된다.

"소프트"한 이미지와 "사회에 대한 공헌"을 우선하는 경영전략이다.

기존의 질경영이 기업내부를 대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면
사회신뢰경영의 초점은 기업외부와의 관계에 우선가치를 두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삼성이 보여준 순발력과 대규모 지원방식은
이같은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룹은 현재 비서실내 사회공헌팀과 지구환경연구소등을 통해 상설
기구인 "사회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인 재해나 대형사고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계열사별
비상연락망이다.

이같은 사회활동이 자동차사업 신규진출등 공격적인 영토확장에서
비롯된 그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을 줬음은
물론이다.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수원시립교향약단에 20억원을 지원하는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나 삼성종합화학 삼성전자등이 "환경"을 중시하는
환경친화기업으로 선정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외부에서만 좋은 기업으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

기업 내부 조직원들로부터도 "좋은 회사"로 인정받아야 한다.

모든 사무실에 분리수거함을 설치하는 "환경지향적인 기업",납품업체로
부터 어떠한 형태의 금품수수도 용납치 않는 "깨끗한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은 내달중엔 1백억원 규모의 언론재단 설립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또 그룹의 "발상지"인 대구지역에 대규모 문화예술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역시 "강한 이미지로 인한 거부감을 줄이고 좋은회사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배동만 비서실 전무)이다.

반면 LG그룹은 구본무회장 취임이후 그룹의 색깔을 "공격적"으로
색칠하고 있다.

"전략사업개발단"을 구성해 민자발전소 위성방송 멀티미디어등 유망사업
부문을 집중 공략키로 한 것은 단적인 예다.

단지 선언만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가덕도 항만 개발사업을 비롯해 <>한국중공업 민영화 <>가스공사 인수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후장대형 사업을 그룹의 간판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간판기업중의 하나인 LG화학의 캐치프레이즈는 "화학 강국".

LG그룹의 전략을 집약하고 있다.

"친화력 있는 그룹" "부드러운 그룹"의 이미지는 사실상 그동안
LG그룹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이같은 강점이 역설적으로 그룹의 향후 진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성장성" 높은 간판기업이 없다는 고민도 전략변화의 주요한 모티브다.

LG화학 역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등 타그룹의 간판계열사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성장성"에 한계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 그룹들이 자동차 전자등을 전략사업으로 삼아 그룹의 "얼굴"로
육성하는 동안 LG는 수세적인 자세로만 일관했다는 반성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LG의 전략은 "그룹의 간판기업을 육성해 강한 LG의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회장실 이헌출 전무)이다.

LG전자와 LG정보통신 또는 LG반도체간의 합병 추진은 이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삼성과 LG는 공통적으로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으로서 채택하고 있는 전략은 상반된다.

LG는 "강한 기업"을,삼성은 "좋은 기업"을 수단으로 삼았다.

어느쪽이 옳다는 식의 평가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상대방의 강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서로간의 기업문화나 조직문화만큼 차이를 보이고 있는 양그룹의
상반된 "이미지 마케팅"이 흥미롭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