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는 왜 계속 폭락하는가.

또 얼마까지 더 떨어질 것인가.

달러가치가 2일 엔화에 대해 사상최저를 기록하고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2년반만의 최저로 내려가자 시장의 관심은 이 2가지에 집중돼 있다.

우선 최근의 달러하락은 엔고요인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달러약세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을 "엔고"보다는 "달러저"로 보는 것이 사리에
맞다.

일본경제는 올들어 고베대지진에 따른 피해와 증시침체로 자체적으로
엔고를 유발할 만한 상황에 있지 않다.

반면 미국경제는 멕시코경제위기와 경기둔화등 달러약세요인을 안고
있다.

여기에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등 일부 유럽국들의 정국불안은
마르크의 강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멕시코에서 금융위기가 터지지만
않았어도 유럽의 정국불안으로 달러는 전통적인 "국제자본의 위험도피처"의
역할을 담당,가치가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금융위기때문에 외환투자자들은 달러대신 마르크를
위험도피처로 선택하고 있다.

그결과 마르크강세분위기가 국제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약세무드가 고조돼 있는 것이 지금의 국제환시의 분위기이다.

이같은 달러약세기조에서 일본체신예금의 한 연금재단이 오는 31일의
94회계연도 최종일을 앞두고 해외투자금액회수에 나섰다는 소문으로
이날 달러는 엔에 대해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문의 내용은 이 재단이 수십억달러의 캐나다달러를 매각,엔화로
바꾸었다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즉각 다른 일본기업들도 이달말의 결산을 앞두고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가져가기위해 달러로 갖고있는 수익금을
엔화로 바꾸고 있다는 추측을 낳았다.

이때문에 달러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일본기업들이 지진복구비마련을 위해 예년보다 더 많은
달러를 엔으로 바꿀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달러가 순식간에 95엔대로
폭락한 것이다.

일본중앙은행은 일본기업들의 자금회수소문을 "터무니없는 날조"라고
부인했지만 달러폭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미FRB는 이날 달러폭락을 저지하기 위해 두차례에 걸쳐 엔과 마르크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으나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FRB는 달러가 엔과 마르크에 대해 각각 95.20엔및 95.35엔,1.4425마르크및
1.4450마르크에 이르렀을때 3억-5억달러를 시장에 투입,달러회복을
꾀했다.

FRB가 시장에 개입하기는 지난해 11월초의 15억달러개입후 5개월만에
처음이다.

FRB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이날 장중한때 94.95엔까지 떨어진
것은 개입금액이 작았던데다 일본과 독일등 다른 선진7개국(G7)의
협조개입이 없었던탓이다.

달러는 앞으로 특별한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한 내림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하락세의 강력한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95엔대가 일단
무너진 이상 달러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94엔대까지 내려갔다가 기술적인 반등으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좀더 길게 봤을때 상반기중에 90엔선까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앞으로 달러가치흐름을 좌우할 관건은 G7국가들이 협조개입여부이다.

이와관련,일본은행관계자는 3일"때가 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것"이라고
말해 일본도 달러약세(엔고)를 저지하기위해 시장개입에 나설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그러나 G7국가들이 시장공동개입에 나선다해도 달러약세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돌려놓기는 힘들 것같다.

일시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멕시코통화위기나 미무역및 재정적자같은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달러하락기조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경제가 현재 둔화추세에 있고 그에따라 앞으로 미금리도
더이상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달러가 회복될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결국 달러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적어도 상반기중에는
달러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