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앞 대우빌딩 2층에 있는 한국종금 직원들은 요즘 좀 들뜬 모습이다.
설연휴가 지나면 곧바로 회사가 기업공개절차에 들어가는데 대한 기대감
이다. "우리사주"도 기대감중 하나다. 1만4천5백원에 공개되는 주식이 상장
만되면 다른 회사와 비교해볼때 넉끈히 4만원선은 갈 것이란 흐믓함이다.
그러나 회사차원에서 활기를 띠는 것은 꼭 우리사주때문만은 아니다. 공개
하면서 증자가 이뤄지고 그렇게되면 자기자본이 크게 늘어 영업한도가 대폭
확대되기때문이다. "천신만고끝의 증자로 늘어나는 한도를 어디다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금시장도 봐야지,각 부문의 성장성도 파악해야지.
물론 다른 회사를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입니다만...."(한국종금 민경양이사)
한국종금이 자기자본이 늘어나는데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는데는 이유
가있다. 종금사들의 영업은 총채무부담한도(자기자본의 20배)에 묶여있다.
자금을 조달해 빌려주는게 주업인 종금사들이 차입 사채발행등 돈을 끌어올
수있는 한도(총재무부담한도)를 이미 꽉채운 만큼 "실탄"이 없어 "전투"를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작년말 현재 공개를 앞둔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모두 3월결산법인)의
총채무비율은 국제종금 19.7배,새한종금 19.3배,한불종금 19.1배,아세아종금
19.2배,한외종금 19.7배등이다. 이중 자기자본이 9백24억원인 한외종금을
예로 들어보자. 이회사의 총채무한도는 자기자본의 20배인 1조8천4백80억원.
채무비율이 19. 7배란 것은 이미 1조8천2백8억원의 채무가 있음을 뜻한다.
결국 새해들어 쓸수있는 채무여력은 2백72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3월
결산인만큼 93사업년도에 난 이익이 5월말 주총때에야 장부에 계상돼 자기
자본을 늘릴수 있으므로 빨라야 6월부터나 영업한도가 늘어난다. 1년의
절반가량을 2백72억원으로만 영업을 해야하는 실정인 것이다. "영업확대전략
을 짜야할 기조실이 매일 매일 채무한도를 체크해가면서 현업부서에서 더
이상 일을 못하도록 막고 있으니 아이러니지요"한외종금 기획조정실 김영완
차장의 푸념이다.

종금사직원들은 종금사가 합작법인이어서 그동안 적지않은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트기(혼혈아)"컴플렉스가
잠재해있는것이다. 외자도입 필요성이 컸던 "70년대"란 시대적 요청에
의해 합작종금사들을 설립해 줬으나 이젠 종금없이도 외자도입이 가능한
만큼 굳이 합작사들을 밀어줄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방침일 것이란 생각
이다. 고마왔던 존재가 어느날 갑자기 "미운 오리새끼"로 돌변한 것이다.
실제로 종금사들은 공개 증자가 엄격히 제한되어왔을 뿐더러 지점설치는
아예 불허됐다. 외국인 토지취득금지규정에 묶여 돈이 있어도 사옥을 못짓고
남의집에 세들어 살아야만했다.

증시상황도 짐이 됐다. 지난 90년 5. 8조치에 묶여 그때 한창 공개를
준비하던 한국종금이 4년뒤인 요즘에야 공개를 추진하고 있고 한불종금과
아세아종금은 이제나 저제나 공개허용소식을 기다릴 뿐이다.

종금사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국제경쟁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금 2백억-
3백억원선인 납입자본금이 최소한 1천억원은 되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고 지점도 한두개쯤 허용되어야
종금도 경쟁력을 갖출수있습니다. 그렇지않고는 더이상 성장하기가
어려워요"요즘 종금사 어디를 가도 귀가 닳도록 듣는 얘기들이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