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윤 디자이너, 브랜드 상징인 그란 투리스모 디자인해
-정체성 가득 담은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메시지 전달할 것

마세라티가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형 그란 투리스모를 글로벌 미디어에게 선보였다. 그란 투리스모는 70여 년 동안 마세라티의 근간이 되고 있는 GT 제품으로, 오랫동안 브랜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차로 꼽힌다. '고성능 2도어 쿠페'라는 점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지만 포르쉐의 911, 지프의 랭글러처럼 마세라티의 근본으로 자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새 그란 투리스모의 외관이 한국인인 민병윤 디자이너의 주도로 빚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한국인이 각 브랜드에서 신차를 디자인해 왔지만 이번처럼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한국인이 그려낸 적은 없었다.

[하이빔]마세라티에 핀 무궁화 한 송이

지난 6일(현지시각) 공개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브랜드 헤리티지에 집중해 그란 투리스모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좋아하던 1950년형 A6G CS에서 모티브를 얻고 마세라티 GT만의 스타일을 버무린 결과가 신형 그란 투리스모라는 것이다. 그의 디자인 스케치는 양산차에 98% 이상 반영될 정도로 회사 내에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해진다.

앞서 민 디자이너는 마세라티가 2020년 공개한 미드십 수퍼카 MC20 디자인에도 참여했었다. MC20 외관 가운데 전·후면부 디자인이 그의 작품이다. 과거 마세라티 레이싱카 특유의 생김새를 바탕으로 역동성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조형미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MC20은 2021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36회 국제자동차페스티벌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퍼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자기 일에 열중했던 민 디자이너는 평소 본인이 한국인임을 강조한다.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에는 태극기를 걸어 놓기도 했다. 일을 할 때엔 브랜드와 제품만 바라보지만 사회적으로는 자신만의 정체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대화를 나눌 때마다 '메시지'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정체성만큼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는 요소가 없다는 의미다. 그가 그동안 디자인했던 차에서 브랜드의 유산과 정체성이 돋보였던 배경이다. 그란 투리스모 역시 마세라티의 역사를 관통하는 디자인으로 정체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하이빔]마세라티에 핀 무궁화 한 송이

민 디자이너의 마지막 메시지는 한번 끝까지 가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란 투리스모를 통해 브랜드의 정점을 찍었지만 아직 배가 고프고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란 투리스모에 담겨진 마세라티의 자신감 만큼이나 당차 보였다. 디자인에 대한 접근법과 제품에 구현된 철학, 민 디자이너의 행보와 그가 그려낼 미래의 마세라티가 기대되는 이유다.

로마(이탈리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