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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죽음의 수용소, 그들이 땅속에 묻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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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진 것들

    조르주 디디-위베르만 지음 / 여문주 옮김
    문학과지성사 / 292쪽│1만8000원
    [책마을] 죽음의 수용소, 그들이 땅속에 묻은 미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복되는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프랑스 미술사학자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의 <흩어진 것들>은 바르샤바 게토의 기록을 통해 집요하게 되묻는다.

    책의 중심에는 ‘린겔블룸 아카이브’가 있다. 역사학자 에마누엘 린겔블룸은 게토에 갇힌 채 죽어가던 사람들의 편지, 일기, 쪽지, 사소한 물건들을 모아 땅속에 묻었다. 그것은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자, 미래를 향한 신호였다. 전쟁이 끝난 뒤 폐허 속에서 발견된 이 기록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남았다.

    디디 위베르만은 이 파편들을 하나의 완결된 역사로 묶지 않는다. 부서지고 흩어진 상태 그대로를 드러내며, 이름 없는 개인들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그 목소리는 비탄과 분노, 연민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거대한 역사 서술이 지워버린 삶의 결을 복원한다. 기록한다는 행위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폭력에 맞서는 마지막 실천임을 일깨운다.

    책은 과거를 회고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늘의 세계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흩어진 기록들은 과거의 잔해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던져진 씨앗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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