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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영화관 '큐빅스'에서 거대한 맥주잔을 든 80대 할머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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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극장이야기 ②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제 작품만 상영하는
    '큐빅스(Cine-Star Cubix)'

    상영 한 시간 전, 팝콘 대신 맥주와 책을 펼친다...
    [이전 기사] ▶▶▶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극장이야기 ①

    3. CINE-STAR CUBIX (큐빅스)

    알렉산더 플라츠역 바로 앞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큐빅스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상영작들이 가장 많이 상영되는, 그렇기에 가장 자주 들를 수밖에 없는 극장이다. 큐빅스는 1948년에 설립된 회사로 독일에서 가장 큰 시네마 체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독일, 크로아티아, 체코, 이탈리아를 포함한 8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총 9개의 상영관으로 구성된 상업 영화관 큐빅스의 알렉산더 플라츠 지점은 독일 내에서도 가장 큰 지점이자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허브인 포츠다머 플라츠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20여 분 거리에 있는) 극장이다.

    특이한 점은 영화제 기간 내내 다른 개봉작들을 받지 않고 오로지 영화제의 상영작만을 상영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팝콘과 핫도그 등 극장 음식을 파는 매점(컨세션)도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그 외에 영화관 내에 있는 카페테리아(맥주와 샴페인, 와인 등을 파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컨세션)만 운영이 된다.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와 같은 메이저 영화제들이 CGV 와 메가박스에서 상영될 때도 영화제 상영작과 일반 개봉작들이 공존하고 일반 매점도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그만큼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시 정부, 그리고 기업 차원에서의 각별한 관심과 인식, 그리고 지지가 모이고 있다는 증거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작품들이 가장 많이 상영되는 극장 CINE-STAR CUBIX 외관. / 사진. © 김효정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작품들이 가장 많이 상영되는 극장 CINE-STAR CUBIX 외관. / 사진. © 김효정
    영화관의 시설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레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첨단 테크놀로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9개관 중 3개 관이 돌비 애트모스로 운영이 되고 있었고, 나머지 관들도 리클라이너, 고급 가죽 소파 (2인용) 좌석 등 상업 영화관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 사양들로 갖춰져 있었다. 일반 티켓값은 12유로 정도로 원화 2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영화제의 둘째 날 방문한 큐빅스는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기자와 평론가들, 영화제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베를린의 일반 관객이었다. 칸과 베를린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칸 영화제의 관객이 산업의 종사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베를린은 로컬 관객들이 주를 이룬다. 상영작의 관객 반응이 더 궁금하고 의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밖에 일반적으로 베를린 관객들은 상영 시간보다 한 시간, 혹은 더 이른 시간에 먼저 와서 카페테리아에 들러 맥주나 와인으로 요기를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큐빅스는 규모가 큰 영화관이니만큼 층마다 카페테리아가 존재한다.
    CINE-STAR CUBIX 내 카페테리아 / 사진. © 김효정
    CINE-STAR CUBIX 내 카페테리아 / 사진. © 김효정
    영화제 기간 동안 일반 매점 메뉴가 아닌 카페테리아의 샌드위치, 피자, 맥주, 와인 등이 주로 판매된다. 관객들은 일찌감치 와서 책을 읽거나 프로그램 북을 읽으며 그날의 상영작을 체크하고 상영 시간 20~30분 전에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한국의 경우, 입장은 상영 시간 10분 전부터만 가능하다.

    영화 관람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일상에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영화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지가 보여지는 결정적인 문화적 차이였다. 관객들은 상영작 이후에 마련된 GV(관객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적극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질문을 던졌다. 상영 전 기다림의 한 시간, 영화 상영, 그리고 질의응답까지 생각한다면 베를린의 관객들은 (물론 영화제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극장에서 한 방문당 4시간을 머무르는 셈이다. 그야말로 이들에게 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장소가 아닌, 하루의 반나절 정도를 오롯이 투자해서 머물고, 사색하며 즐기고, 공부하는 그런 인스티튜트 같은 곳이다. 상업영화관에서 목도한 진풍경이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관객들 / 사진. © 김효정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관객들 / 사진. © 김효정
    상영작 이후에 마련된 Q and A / 사진. © 김효정
    상영작 이후에 마련된 Q and A / 사진. © 김효정
    베를린 영화제 기간 극장에 관한 기획 보도를 하며 가장 놀라운 지점은 관객이었다. 혼자 오는 이가 대부분인 베를린의 영화 관객들, 마치 의식을 준비하듯 한 시간 넘게 미리 와서 (눈비가 그치지 않는 2월의 날씨에도 말이다!) 신문, 책, 영화제 프로그램북을 포함한 읽을 거리를 충분히 읽고, 영화를 보고, 후에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까지 이탈 없이 참여하는 것을 보는 것은 영화제의 굵직한 화제작을 보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ADK의 카페테리아에서 의자가 부족해 합석하게 된 한 할머니가 떠오른다. 80대 정도의 매우 작은 몸집을 가진 할머니 관객이었다. 그녀는 가녀린 손의 두배 만한 생맥주를 시켜 마시면서 신문과 준비해 온 책을 읽고 팔레스타인과 이란의 분쟁을 다루는 (영화제 상영작) 다큐멘터리를 보러 영화 상영 20분도 전에 가벼운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문화적 차이가 분쟁이 아닌 감흥을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나는 베를린의 극장들에서 영화보다 감동적이고, 창작자보다 더 멋진 관객들을 만났다.

    베를린=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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