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리더들
"메모리·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등
K빅테크 연합 통해 생태계 구축"
한국의 대표 반도체 전문가들이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위기 타개 해법으로 메모리, 설계, 파운드리, 클라우드, AI 서비스 기업이 참여하는 ‘K빅테크 연합’을 구성해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 직속 ‘AI 반도체 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AI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는 17일 ‘2025 반도체특위 포럼’을 열고 AI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공학한림원은 국내 대표 학술연구 단체로 공학 석학과 산업계 리더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날 포럼에선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과 이혁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반도체공동연구소장)가 연단에 올랐다. 안 사장은 “한국의 AI 생태계는 분절돼 있고 각개약진하는 상황”이라며 “생산 규모가 크지 않아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수정 전 사피온 대표(서울대 객원교수)는 “한국은 메모리를 제외한 대다수 영역에서 밀리고 있다”며 “프로세서, SW플랫폼, 서비스 간 통합 시스템 역량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법으로 ‘AI 데이터센터 실증 플랫폼’을 꼽았다. AI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를 중심에 두고 메모리, 프로세서, 네트워크 장비 등 하드웨어 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AI 서비스 기업, 소프트웨어 업체가 협업하는 국가 단위 K빅테크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방, 에너지, 보건, 금융 등 하드웨어 국산화가 시급한 분야를 시작으로 정부 주도로 AI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책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와 기업, AI 데이터센터 사업자, 금융회사 등이 참여하는 단체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대학에 AI 반도체 인프라를 제공하고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 표준’을 제정하는 역할을 하는 AI반도체기술원 설립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국방 등과 관련한 AI 반도체 R&D·설비투자에 50% 수준의 세액공제를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기남 전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중국과 투자 규모나 재원에서 격차가 큰 상황에서 한국이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며 “한국에서 화웨이 역할을 하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대만을 벤치마킹해 생태계 육성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