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이라더니 CB 조기상환 앞두고 탈모샴푸회사 투자?"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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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글로벌, CB 조기상환 앞두고 외부 투자
'현금 5억' 보유한 청담글로벌, TS트릴리온에 10억 투자
200억 규모 CB 풋옵션 기간 도래
현재 주가, 전환가액보다 50% 낮아…풋옵션 행사 잇따를 전망
'현금 5억' 보유한 청담글로벌, TS트릴리온에 10억 투자
200억 규모 CB 풋옵션 기간 도래
현재 주가, 전환가액보다 50% 낮아…풋옵션 행사 잇따를 전망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TS트릴리온은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대상자는 청담글로벌이다. TS트릴리온 이사회는 투자자의 의향, 납입 능력 및 시기 등을 고려해 청담글로벌을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청담글로벌 측은 "제품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충분히 갖춘 TS브랜드의 글로벌 가능성과 비전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K브랜드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에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매출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유통과 마케팅 전반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TS트릴리온은 과거 손흥민·GD·임영웅·이장우 등 유명 연예인 광고로 인지도를 높인 'TS샴푸' 제조업체다.
문제는 청담글로벌의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3분기 말 별도 기준 청담글로벌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억4416만원에 불과하다. 작년 말(약 38억원) 대비 33억원가량 급감했다. 청담글로벌의 3분기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03억원으로 현금도 꾸준히 유출되고 있다.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47억원에 달한다.
현금이 메마른 상황에서 제9회 CB 풋옵션 행사 기일도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청담글로벌은 CB를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주당 1만2846원이었다. 당시 기준주가 1만704원에 20% 프리미엄을 붙여 산정됐다. CB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리픽싱(주가에 따라 전환가격을 전환하는 것) 조항을 넣어 주가 하락 위험을 방어하지만, 해당 CB 발행 조건에는 리픽싱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주가가 작년에 비해 급락한 지금도 해당 CB 전환가액은 1만2846원이다.
이 때문에 CB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 풋옵션 행사 시작일은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다. 이 기간 CB 투자자들이 모두 풋옵션을 행사하면 청담글로벌은 이들에 원금과 이자를 더한 2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미 풋옵션 행사 의향을 밝힌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글로벌은 공시를 통해 "A 기관 투자자는 풋옵션 행사 의향을 밝혔다"며 "A 기관의 풋옵션 행사는 다른 CB 투자자들에게 조기상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금 확보를 위해 청담글로벌은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 80만2817주를 사모펀드에 모두 처분해 약 67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서둘러 현금화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EB 발행 시기와 TS트릴리온 투자 시점이 겹쳐 주주들은 온라인 종목토론방 등에서 "자사주 팔아 외부에 투자한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청담글로벌 측은 "제9회 CB 원금 200억원이 조기상환되면 약 21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180억원 규모의 해외매출채권을 회수해 약 15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해외매출채권 회수 후 부족분인 60억원을 EB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TS트릴리온 투자 재원에 대해서는 "TS트릴리온 유상증자 납입기일은 내년 2월27일이다. 해외매출채권 600억원인데, 이를 회수하면 충분히 투자 가능한 규모"라며 "제9회차 CB 풋옵션이 한 번에 모두 청구되더라도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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