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인 대차거래 잔액이 100조원을 웃돌면서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로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 대형 종목의 대차거래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총 114조46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일 125조6193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9월부터 100조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말 공매도 재개 당시 65조7719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여 만에 50조원가량 불었다. 대차거래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공매도 목적으로 주로 이용한다. 대차거래 잔액이 치솟으면서 공매도 거래량도 동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차거래 잔액 상위 종목들은 반도체와 2차전지 대형주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한 달(11월 3일~12월 4일)간 대차거래 잔액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11조2138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10조4696억원)가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들어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단기간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인공지능(AI) 거품론 우려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각각 2.4%, 1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1조9612억원)와 에코프로비엠(1조5443억원)이 각각 대차거래 잔액 상위 1, 2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시가총액에서 공매도 순보유잔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10월 말 기준 4%대에 불과하던 에코프로의 시총 대비 공매도 순보유잔액 비중은 지난 2일 6.16%를 기록했다. 공매도 잔액은 공매도를 실행한 주식 중 아직 되사서 갚지 않은 잔여 물량을 뜻한다. 잔액 비중이 클수록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지난달 초까지 70%가량 뛴 코스피지수가 4000선 안팎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차거래 잔액이 늘면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며 “대차거래 잔액과 공매도가 늘어나면 증시 하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