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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공방 된 '그랑팔레'…럭셔리의 본질을 되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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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최고 화제의 전시 '력셔리의 두 손' 기획한 코미테콜베르

    베네딕트 에피네 대표
    "코로나 이후 '럭셔리 둔화'
    장인 정신의 가치 재조명
    청년 관심·진로 유치 나서"
    럭셔리 브랜드 협회인 코미테콜베르가 그랑팔레에서 연 ‘럭셔리의 두 손(Les Deux Mains du Luxe)’ 행사.          ⓒ코미테콜베르
    럭셔리 브랜드 협회인 코미테콜베르가 그랑팔레에서 연 ‘럭셔리의 두 손(Les Deux Mains du Luxe)’ 행사. ⓒ코미테콜베르
    ‘럭셔리의 두 손(Les Deux Mains du Luxe).’ 패션위크에서 아트위크까지 글로벌 문화예술 행사가 끊이지 않은 올 하반기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전시의 제목이다. 프랑스 럭셔리 산업의 본질인 장인정신의 가치를 담은 거대한 공방이 10월 초 대규모 보수 공사를 마친 그랑팔레에 차려졌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프랑스 32개 럭셔리 메종의 장인들이 2500㎡ 공간에 총집결해 각자의 기술을 선보였다. 금속을 세공하고 정교하게 자수를 놓는 장인들의 손길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 행사를 기획한 건 코미테콜베르. 1954년 향수 제작자 장 자크 겔랑이 설립한 럭셔리 브랜드 협회다.

    300년 전략의 부활: 코미테콜베르의 힘

    왼쪽 위① 크리스찬 루부탱의 장인이 완성한 구두. 
 ⓒ코미테콜베르
아래②·③ 명품 도자기 베르나르도의 장인이 
시연하는 모습.  ⓒ코미테콜베르 
오른쪽④ 반클리프&아펠 부스.  ⓒ코미테콜베르
    왼쪽 위① 크리스찬 루부탱의 장인이 완성한 구두. ⓒ코미테콜베르 아래②·③ 명품 도자기 베르나르도의 장인이 시연하는 모습. ⓒ코미테콜베르 오른쪽④ 반클리프&아펠 부스. ⓒ코미테콜베르
    코미테콜베르의 명칭은 17세기 루이14세 때 재무장관이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에서 따왔다. 콜베르는 프랑스 럭셔리 산업을 육성해 세계에 알렸고, 중상주의 정책으로 프랑스를 강대국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회원사는 121곳으로 97개 럭셔리 브랜드와 베르사유궁, 에펠탑 등 문화기관 18곳을 포함한다. 이 협회는 일반적인 업계단체와는 다르다. 정부와 협력해 럭셔리 산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육성한다. 민간 협회가 공공 문화기관과 함께 산업 보호부터 인재 양성, 문화 외교까지 담당하는 구조. 프랑스 럭셔리 생태계만의 특징이다.

    프랑스 럭셔리가 최고로 인정받는 것은 가격 때문이 아니다. 그 안에 녹아 있는 라이프스타일 ‘아흐 드 비브르(Art de Vivre)’가 큰 역할을 한다. 품격 있는 미적 감각으로 일상을 채우는 프랑스인의 삶. 삶을 우아하게 누리는 럭셔리의 핵심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장인들의 뛰어난 손길이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다. 코미테콜베르 조사 결과 프랑스 문화유산 공예 장인 중 25%가 55세 이상으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2022년 기준 럭셔리 메종의 85%가 생산 부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매년 약 2만 개의 장인 일자리가 충원되지 못하고 있다. 숙련 기술을 물려줄 사람이 끊길 위기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프랑스 문화유산의 단절 위기로 인식된다. 코미테콜베르의 미션은 프랑스 장인의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전수하는 것이다. 올해 행사는 ‘행동이 곧 생각이다’라는 모토 아래 미적, 창조적 지성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젊은 세대의 관심과 진로 유치에 전력을 기울였다.

    체험형 시스템: 장인을 직업으로 연결

    거대한 공방 된 '그랑팔레'…럭셔리의 본질을 되묻다
    32개 럭셔리 하우스는 7개 분야로 나눠 참여형 워크숍과 라이브 시연을 했다. 주요 테마는 식기 및 테이블웨어, 실내 장식, 미식 및 호스피탈리티, 주얼리 및 시계, 패션, 향수 및 화장품이었다. 디올, 반클리프&아펠, 부쉐론, 브레게, 크리스찬 루부탱, 바카라, 크리스토플, 겔랑, 랑콤, 리츠호텔 파리 등도 참가했다.

    베네딕트 에피네 코미테콜베르 대표는 “이번 행사는 프랑스를 세계에 빛내는 장인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려는 산업계의 의지”라며 “그랑팔레에 이처럼 많은 럭셔리 하우스와 장인, 직업학교가 모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파리고등주얼리학교, 에르메스사부아페어학교 등 20여 개 교육기관 학생이 단체로 관람하기도 했다.

    문화 외교로 확장되는 장인정신

    코미테콜베르의 ‘손’ 프로젝트는 프랑스의 문화 외교 전략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는 ‘손의 유희’라는 주제로 같은 맥락의 행사가 열렸다. 프랑스·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파리가 내부 인재 육성에 집중했다면 상하이는 문화 외교의 장이었다. 프랑스 장인과 중국 명장이 협업 및 시연을 펼쳤다. 럭셔리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프랑스의 문화적 가치를 전파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300년 전 콜베르가 프랑스 제품을 수출하며 국가 브랜드를 높였듯, 코미테콜베르는 장인정신을 매개로 프랑스 문화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엔 럭셔리가 곧 국가 정체성을 대변하는 문화 자산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프랑스 럭셔리 업계는 장인 기술 전수라는 과제 앞에서 민관 협력으로 답했다. 이번 그랑팔레 행사는 32개 메종과 파리시, 공공 교육기관이 함께 만든 결과물. K뷰티 K콘텐츠 등의 성공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의 ‘손’을 어떻게 지키고 키울 것인가. 프랑스가 보여준 장기적 안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리=김인애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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