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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용두사미 된 보험사 '고무줄 회계' 방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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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관적 가정 '실적 뻥튀기' 논란에
    금융당국, 손해율 실무표준 마련
    신규담보 출시때 기존통계 적용

    전문가 "실효성 떨어져" 지적
    예외 범위 지나치게 확대한 탓
    보험회사는 앞으로 보험상품을 새로 출시할 때 유사 담보나 국가 통계 등을 바탕으로 예상 보험금 규모를 산정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가 예상 보험금 규모를 낙관적으로 추정해 실적을 부풀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이 같은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시행 전부터 업계 안팎에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손해율 산정 시 예외로 인정하는 통계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고무줄 회계’를 바로잡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 용두사미 된 보험사 '고무줄 회계' 방지책

    ◇금감원, 손해율 실무표준안 공개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보험업계 계리·결산 담당자를 모아 ‘손해율 가정 개선안 및 실무표준안’을 설명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금감원 주도로 ‘보험산업 건전성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지 3개월 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별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영향도를 분석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마련한 실무표준안에서 주목받는 것은 ‘신규 담보 손해율 가정’이다. 앞으로 보험 담보를 새로 출시할 때는 기존 유사 담보의 손해율 가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암보험에 새로운 치료 기법을 보장하는 담보를 출시할 때 기존에 있는 비슷한 상품의 손해율을 쓰게 한 것이다. 손해율은 예상 보험금(지출)을 위험보험료(수입)로 나눈 값이다.

    공신력이 떨어지는 해외 통계나 연구자료 등을 사용한 경우 유사 담보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손해율을 산업 통계 또는 100%로 적용하도록 했다. 손해율을 100%로 잡는 것은 사차익(보험사 예상치와 실제 위험률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0으로 간주하라는 의미다.

    ◇예외 규정 넓혀 실효성 ‘의문’

    손해율 가정이 중요한 것은 보험사 실적과 직결돼서다. 100세 만기나 종신보험 등 초장기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험금 지출 규모를 현재 시점에서 추정해 손익으로 인식한다. 손해율을 어떻게 추정하는지에 따라 보험사의 손익이 좌우되는 구조다. 작년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을 둘러싼 논란과 비슷하다.

    일부 보험사는 신규 상품 손해율을 30~50%대로 매우 낮게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율을 낮게 잡으면 보험계약마진(CSM)이 늘어 순이익이 증가한다. 최선추정부채(BEL)가 적게 잡혀 지급여력(K-ICS) 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른 가정치를 사용해 재무 정보의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손해율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업계 안팎에선 ‘용두사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외로 허용한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금감원이 업계에 공유한 실무표준 초안에서는 보험료 산정 때 자사 통계, 산업 통계, 참조율을 적용한 경우만 예외 범위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최종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국가기관에서 제공하는 통계도 예외 대상에 포함했다. 또 유병자보험 등 간편심사보험의 신규 담보를 만들 때 표준체(건강한 사람) 손해율을 사용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 같은 내용의 최종안을 적용하면 보험사별로 CSM 감소 영향이 초안 대비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보험회계 전문가는 “예외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보험사가 유리한 통계를 가져다 쓸 여지가 많다”며 “이는 재무제표의 검증 가능성과 비교 가능성을 떨어뜨려 상품 시장을 혼탁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간편심사보험에 표준체 통계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게 특히 문제”라며 “최근 업계에서 출시하는 대부분 상품이 간편고지형인데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서형교 기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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