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파격 세제혜택으로 '반도체 드라이브'…韓 우군으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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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CEO 4인이 본 'V칩'
"주 6일간 48시간 근무제 채택
초과근로 年 300시간까지 가능
과학·기술분야 역량도 뛰어나"
"주 6일간 48시간 근무제 채택
초과근로 年 300시간까지 가능
과학·기술분야 역량도 뛰어나"
최원 어보브반도체 대표, 정원석 하나마이크론비나 대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 등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잠재력 있는 베트남을 한국의 한계를 메워주는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인 어보브반도체와 세미파이브, 보스반도체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에 연구개발(R&D) 거점을 세웠다. 국내 최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은 하노이 근교 박닌성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4명의 CEO는 한국의 주 52시간 근로제 같은 경직적 규제가 없는 점이 베트남의 최대 강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베트남은 공식적으로 주 6일, 주 48시간 근무제를 택하고 있다. 초과 근로는 연 최대 300시간까지 가능하다. 박 대표는 “근로시간 총량 내에선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기한 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필요한 만큼 야근하고 그만큼 수당을 가져가는 근무 방식이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베트남 정부의 빠른 의사결정과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장점으로 꼽았다. 정 대표는 “공산당 일당 체제여서 정책이 일관되며 고위급에서 결정하면 모든 행정 처리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며 “15년간 법인세 감면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초기 투자액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인적 자원은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한 핵심 배경이다. 공학 인재가 부족한 한국과 달리 인구 1억 명의 베트남에선 최상위권 공대 출신 인력을 마음대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한국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베트남 인력이 많다”며 “게다가 이들에게는 예전의 한국처럼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다만 베트남에서도 장기 인력 채용은 어렵다는 게 공통된 하소연이다. 최 대표는 “인재들의 성장 욕구가 강한 만큼 이직도 잦다”며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면 경제적 보상 외에도 핵심 업무를 맡겨 성장 기회를 주는 식의 세심한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베트남 인재들이 STEM 역량은 뛰어나지만 지필 중심 교육 탓에 졸업할 때까지 컴퓨터가 없는 경우도 많다”며 “대학에 전문 교수도 부족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키우려면 산학 협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베트남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 대표는 “베트남의 초기 인건비는 경쟁력이 있지만 입사 10년 차가 넘어서면 한국의 80% 수준으로 연봉이 올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전히 대도시에서 순환 정전을 할 정도로 전력 인프라가 낙후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구축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 회수가 어려운 점도 추가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 대표는 “베트남은 자본 유입만 환영할 뿐 다시 해외로 가져가는 것은 사실상 막고 있다”며 “베트남 내 성장이 기업 자체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출 전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노이=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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