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등에 차익실현 나선 듯
일각 "내부자 매도는 고점 신호"
정보 제한된 중소형주 주의 필요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자사주를 내다 파는 상장사 임원이 늘고 있다. 기업 내부 사정에 밝은 임원들의 보유 주식 처분은 때때로 ‘주가 고점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기업일수록 임원 주식 거래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9월 처분, 전월 대비 55% 급증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145명의 기업 임원이 자사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9월 한 달에만 123건의 매도 공시가 나왔는데, 전달 79건보다 55% 늘어난 규모로 월간 기준 올해 최대를 기록했다.
단일 건으로 최대 물량은 전자결제업체 다날의 박성찬 회장 거래였다. 박 회장은 지난 1일 다날 지분 4.8%(330만 주)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주당 9823원에 처분해 324억원을 받았다. 다날 주가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기대로 연초 대비 250% 이상 급등했다. 회사 측은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2016년 다날 지분 17.2%를 담보로 196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6일 퇴임한 반도체 장비 기업 HPSP의 김용운 전 사장은 22일부터 퇴임 당일까지 22만7400주(79억원어치)를 장내 매도했다. 퇴임 이후 공시 의무가 사라진 점을 고려하면 실제 매도 규모는 80억원을 넘을 수 있다. HPSP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회복에 힘입어 주가가 5월 말 대비 64.27% 상승했다.
자사주를 매도한 임원 수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임원만 1000명을 웃돈다. 윤영조·서형석 부사장 등 임원 7명이 지난달 이후 주식을 팔았다. 매도 규모는 모두 합쳐 6억6315만원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는 주가 급등에도 자사주를 매각한 임원이 3명에 그쳤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임원의 자사주 매도 소식은 주가에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차석용 휴젤 회장은 다음달 3일부터 12월 2일까지 자사주 1만2773주를 약 38억원에 처분할 계획이라고 2일 공시했다. 차 회장은 7월에도 1만2710주를 세 차례에 걸쳐 매도해 46억원을 현금화했다.
유통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차 회장은 2023년 LG생활건강을 떠나 휴젤로 적을 옮겼다. 이직 당시 발행주식의 1%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차 회장은 올해 5월 일부를 행사해 휴젤 지분 0.25%를 확보했다.
휴젤은 최대주주인 아프로디테홀딩스 보유분과 자사주를 제외하면 유통 주식이 전체의 44%가량이다. 차 회장에게 남은 스톡옵션을 고려하면 잠재적인 총 매도 규모는 유통 물량의 2.3%가량이다. 매각설과 자진 상장폐지설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큰손’의 매도 소식까지 알려지자 휴젤 주가는 이달 들어 8.9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2.08%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업계에선 시총이 작고, 유통 물량이 적은 상장사일수록 임원의 보유 주식 처분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 게임사에선 신작 발표를 앞두고 IR담당 임원 등이 보유 지분을 모두 내다 팔아 신작의 성과가 확인되기도 전에 주가가 급락한 일이 있다”며 “정보가 많지 않은 중소형사일수록 임원 다수의 매도 공시는 강력한 ‘고점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