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안 나와요"…한국선 먹통인 中 샤오미, 알고보니 '황당'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UHD TV·무선 청소기 국내 표기와 안 맞아
제품 표기 눈 가린 채 서비스 현지화 '강화'
전문가들 "소비자 기만…정보 비대칭" 지적
제품 표기 눈 가린 채 서비스 현지화 '강화'
전문가들 "소비자 기만…정보 비대칭" 지적
한국선 안 되는데…샤오미 'UHD TV'로 홍보·판매
이는 한국 방송 표준인 ATSC 튜너가 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지상파 UHD TV 방송을 시청하려면 국내 방송 규격의 ATSC 3.0 튜너 내장이 필수다.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당 튜너를 탑재해 TV를 판매하고 있다.
ATSC 튜너 내장 여부는 국내 업계에서 TV와 모니터 제품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단순히 UHD 화질을 구현하면 '모니터',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으면 TV로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TV를 통해 케이블 방송을 보는 것이 기본값이라 튜너가 달려 있어야만 TV로 봤다. 이 기준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UHD TV 방송을 할 수 없으면 UHD TV로 표기하면 안 된다. 하지만 외국 업체라서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샤오미는 해당 제품군을 UHD TV로 내세워 판매하고 있다. 샤오미 스마트 디스플레이 S 미니 LED 시리즈의 경우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탑재한 샤오미 TV S 미니 LED로 UHD 화질을 더욱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 됐다"라는 설명글이 달려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는 유럽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튜너를 탑재하고 있어 UHD TV로 표기한다는 입장"이라며 "유럽에서 파는 TV를 그대로 국내에서 파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샤오미 공식 홈페이지 제품 설명란 하단엔 작은 글씨로 '본 제품은 지상파 UHD TV 방송 신호를 직접 수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 쓰여있다. 공식 홈페이지를 제외한 쿠팡 등 다른 판매처엔 이 문구조차 표하지 않고 있다.
UHD TV 방송을 수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 있다 해도 소비자 권익 관점에선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볼 때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인지하는 지가 중점"이라며 "정보를 누락한 채 구매할 수 있는 부분이라 소비자 기만이라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소비자 입장에선 TV 기능의 불완전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소비자 오인 문제가 야기된다. TV라는 단어 자체가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완제품"이라면서 "광고와 제품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샤오미코리아는 "UHD TV라는 용어는 한국의 지상파 UHD 방송 수신 여부와 관계없이 3840×2160 해상도의 UHD(4K) 화질을 지원하는 제품임을 의미한다"며 "한국의 지상파 UHD 방송 규격은 해상도 표준과 달라 UHD TV 표기는 소비자가 TV 프로그램,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UHD 화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위해 국내 기준에 맞춘 제품 먼저 내놔야"
무선 청소기 성능 표시도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무선 청소기 흡입력을 진공도 단위인 Pa로 표시하고 있다. Pa는 내부 압력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내부 압력은 흡입력의 한 요소라 직접적인 청소 성능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흡입력의 국제 표준 단위는 에어와트(AW), 와트(W)로 통용된다. 삼성전자·LG전자 제품은 무선 청소기의 흡입력을 W 단위로 표시하고 있다.
조니 우 사장은 "Pa은 입력에 관련된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단위"라며 "샤오미코리아는 국제와 현지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경험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의 설명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소비자원은 Pa로 표기한 제품의 최대 흡입력이 58~160W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되자 수입업체에 흡입력 표시 개선을 권고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국제표준(IEC)을 반영해 내년 초 안으로 무선청소기 흡입력 단위를 W로 통일하는 KS를 제정할 방침이다.
박대한 샤오미코리아 리테일 시니어 매니저는 "청소기 흡입력 표기를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소비자를 위해 현지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는 모바일 결제 사용 빈도와 요구가 높아 티머니와 같이 NFC 결제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니 우 사장은 "모바일뿐 아니라 웨러러블 디바이스에도 이러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티머니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본질인 제품 기능의 현지화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전략이라면 현지 기준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국내 소비자가 제품을 어떻게 파악하는지가 중요하다. 표기는 현지화 전략에서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