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국의 '오답노트'…日의 인구감소 충격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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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일본
최후의 해법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304쪽│2만2000원
'인구 감소 쓰나미' 현장서
사회·경제적 충격 생생히 전달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 강점
"韓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최후의 해법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304쪽│2만2000원
'인구 감소 쓰나미' 현장서
사회·경제적 충격 생생히 전달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 강점
"韓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최근 출간된 <소멸하는 일본 최후의 해법>은 인구소멸로 휘청이는 일본의 풍경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을 다룬 책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공과 실패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대재앙의 현장에서 참사를 겪고 혼자 살아남은 생존자의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초저출생 국가 대한민국에 일본은 ‘먼저 온 미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2~2032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는 2030년부터, 취업자 수는 2029년부터 각각 감소한다. “일본이 먼저 겪은 사례를 잘만 활용하면 최고의 정답 노트이자 오답 노트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시행착오와 돌파구를 ‘몰래 베끼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
전문가들은 인력난이 사회 곳곳에 구멍을 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도로와 교통, 의료, 복지 등 삶의 질과 밀접한 사회간접자본(SOC)이 무너지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들은 돌봐주는 이가 없어 제대로 간병받지 못한 채 쓸쓸히 세상을 떠나가는 한편, 기업은 IT(정보기술) 인재 부족으로 아날로그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미래가 머지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도 한층 더 무겁게 다가온다.”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가 책의 강점이다. 일본이 겪는 인구 감소의 충격을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 직원들이 귀한 몸이 되자 일본 정서상 금기시되던 파업이 백화점 업종에서 61년 만에 벌어지고,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전력의 자회사쯤 되는 알짜 기업이 신입사원을 ‘모시기’ 위해 학자금까지 대신 갚아준다.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지자 온라인 쇼핑몰의 무료 배송이 사라진다. 제조업과 유통업을 연결하는 물류망이 곧 끊어질 듯 위태롭다. 이처럼 자세한 사례 덕에 마치 저자와 함께 일본에 머물며 일상에서 인구 감소의 후유증을 목격하고 체험하는 느낌이 든다.
일본 정부·기업·지방자치단체의 대응책을 세밀하게 소개한다. 어떤 사례들은 한국 사회에 오답노트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최저임금을 논의할 때마다 일본식 최저임금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최저임금을 통일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저임금 격차가 젊은 인력의 도시 유출을 부추겨 지방 경제를 더 얼어붙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라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일본이 저출생과 고령화 대책을 분리한 데 이어 저출생 대책을 다시 육아 대책과 결혼 대책으로 구분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오늘날 저출산의 원인은 육아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라기보다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의욕 자체가 사라진 것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생과 고령화 대책을 모두 담당한다.
일본의 시행착오와 돌파구를 ‘예습’할 수 있는 책이다. 위기를 말하는 책이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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