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도 못하냐"…찰리 커크 사망에 선예·최시원까지 '발칵'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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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 켠에서는 "극우가 무엇인지는 알고 비판하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극우'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이따금 일고 있다.
최근 이민자 혹은 정체성 이슈 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으로 '극우'라는 용어 사용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커크가 왜 극우냐" 갑론을박
19일 연예계에 따르면 최근 슈퍼주니어 최시원, 배우 진서연, 원더걸스 출신 선예 등 다수의 연예인이 SNS를 통해 커크를 추모했다가 악플테러를 받고 게시물을 삭제했다.선예는 지난 17일 "한 사람이 죽었고 추모하는 마음이 있다"며 "여러분은 한 생명의 죽음에 대해서 '참 잘됐다'라는 마음으로 웃고 계신가"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혹은 종교적 이슈로 몰아가지 말라"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우파는 애도도 못 하냐", "커크가 왜 극우냐" 등 반응을 보이며 이들을 감쌌다. 한 보수층 지지자는 "어느 순간부터 '극좌'라는 표현은 쓰지도 않는데, 왜 보수층은 '극우'라고 매몰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커크는 어떤 삶을 살았길래 머나먼 한국에서 '극우'라는 낙인이 찍힌 것일까. 영국 BBC는 커크가 대표를 지낸 터닝포인트 USA에 대해 "이 단체의 사명은 학생들을 조직해 재정 책임, 자유 시장, 그리고 작은 정부의 원칙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극우'로 규정되는 발언들을 살펴보면 반이민 정책과 총기 소유권에 대한 지지, 낙태·성소수자 권리 비판이 주를 이룬다. 그간 정치권이나 정치학계에서는 '극우'를 우파 스펙트럼의 극단부로 보며 배타적 민족주의, 권위주의 성향이 강하고 소수자 권리에 대한 거부 등을 두드러진 흐름으로 봐왔다. 특히 유럽 정치에서 자주 인용되는 카수 무데는 민족주의나 권위주의에 포퓰리즘까지 결합해 '극우'가 발전해왔다고 봤다.
젊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대표하던 커크를 총애하던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보수계는 '정치 폭력을 일삼는 극좌 테러리스트'라고 공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커크의 일부 사상은 혐오스럽다면서도 그의 죽음에 대해선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라며 추모했다.
◇ "극우 남발하면 소통 오류↑"
하지만 한국의 '극우' 프레임은 앞서 언급된 미국이나 유럽의 '극우' 정의와는 거리가 다소 있다. 국내에서는 어떤 가치를 지닌 것보다도,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인물을 상대적으로 더 지지할 때 극우라는 표현을 쓰는 경향성이 포착된다.최근 국내에서 '극우'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은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지난달 한 라디오에서 "2030 남성이 70대와 비슷한 성향"이라면서 "단순 보수 성향이라면 오히려 문제가 다를 수 있는 있는데, 이른바 극우 성향을 보인다. 아주 걱정"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감옥에서 겨우 생각한 것이 청년 극우몰이냐"(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등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어난 후 그는 어떤 개념적 설명보다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여전히 내란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을 재입당하겠다고 얘기하고, 전한길을 추종하는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행태는 보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이라는 극우 정당의 영향을 받아 2030 청년의 일부가 그런 경향을 또 보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 기사) 링크를 (페이스북에) 걸었더니 국민의힘에서 저를 비난하던데 저는 그걸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응수했다.
최근 보수 정당의 행보와 별개로, 정치학계에서는 취업난, 성비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선거에서 2030 남성들이 진보 정당에게 상대적으로 표를 덜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한국 보수층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여지는 '극우' 행보와는 다르다"며 "개념 정의도 명확히 안 됐는데, 단순히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극우'로 규정한다면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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