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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리우 "과학자는 현실의 마법사…그들을 통해 과거·현재 넘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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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상과학 작가 켄 리우 첫 방한

    SF 3대 문학상 '그랜드슬램' 달성
    임진왜란·위안부 등 과거사 다뤄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주목받아
    켄 리우 "과학자는 현실의 마법사…그들을 통해 과거·현재 넘나들죠"
    흔히 사람들은 공상과학(SF) 작가가 미래를 예언해주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기술을 마주한 인간 사회의 풍경을 상상하는 게 그들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무후무하게 SF 3대 문학상을 거머쥔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켄 리우(49·사진)의 무기는 ‘역사’다. 대만 2·28 사건, 일본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등 아시아 과거사를 SF 작품 안으로 과감하게 들여온다. 인공지능(AI)과 임진왜란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그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역사는 공동체의 스토리텔링”이라며 “우리가 누구이고 왜 지금과 같은 형태로 사는지 각 국가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것이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14일 열린 ‘MCT페스티벌 국제컨퍼런스’에서 ‘인간, 기술과 문화의 미래를 상상하다’를 주제로 대담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첫 방한이지만 작품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 역사를 다뤘다. 그의 단편 ‘북두’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이순신이 등장하고, ‘매듭 묶기’는 한글에서 영감을 얻었다. 리우는 “한국은 단시간에 현대적인 국가가 된 특이한 사례”라며 “한국 역사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리우는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등 이른바 SF 3대 문학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최초의 작가다. 1976년 중국에서 태어난 뒤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하버드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7년간 변호사로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소설가를 꿈꿨고, 2011년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중국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의 <삼체>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끊임없는 상상력의 비결로 과학자와의 만남, 그리고 ‘멍때리기’를 꼽았다. 리우는 “과학 콘퍼런스를 자주 다니며 현실의 마법사인 과학자에게 무한한 영감을 받는다”며 “다만 이야기는 외부 자극만으로 나오진 않기 때문에 독서와 산책, 친구와의 대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처럼 뜸 들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 새로운 작품의 원천은 몽상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AI 발전으로 인해 문학의 미래를 비관하는 시각과는 거리를 뒀다. 기술과 인간은 인류 역사상 계속해서 공생해왔다는 것. 리우는 “개미집 없이 개미라는 종을 생각하거나 벌집을 빼놓고 벌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듯이 기술 없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SF는 기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본성을 표현하는 장르입니다. SF 작가로서 저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게 아닙니다.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이 기술과 발전, 현대에 대한 은유였듯이 제게 SF 속 미래 기술은 상징으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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