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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과 인간이 만나는 자리, 구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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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 유승준의 내 인생의 가우디

    구엘 공원 ②편
    -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
    천상계와 인간계의 차이

    광장 입구에서 오른편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구엘이 살던 집 카사 라라드가 보인다. 붉은 기와 지붕을 가진 이 저택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바르셀로나시에 기증되었고 1931년부터 공립학교로 사용되고 있다. 이 집의 울타리는 매우 낯익다. 가우디의 첫 작품인 카사 비센스가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는 동안 정원이 잘려 나가면서 종려나무 잎을 모티브로 제작된 담장이 해체되었다. 그 일부를 구엘의 집으로 옮겨온 것이다. 같은 담장을 구엘 공원 입구와 가우디 하우스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다. 구엘의 집 맞은편에서는 거대한 기둥들이 자연 광장을 떠받치고 있는 진풍경이 목격된다. 장엄하다는 말 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신전 앞에 선 듯하다. 도리스식 기둥 86개가 떠받치고 있는 천장은 하얀 에나멜 타일로 만든 작은 구형 큐폴라들로 덮여 있다. 구름이다. 태양 모양의 화려한 원형 타일도 눈에 띈다. 모두 네 개다. 사계절을 의미한다. 본래 90개의 기둥을 설치하려 했으나 네 개의 태양 자리를 만드는 바람에 기둥이 86개가 되었다. 구름과 태양이 떠 있는 하늘 위에 땅이 있고 대지를 딛고 선 사람이 있다. 세상의 중심인 구엘 공원의 주인은 사람이다.

    광장 위에서 바라볼 때와 광장 아래서 바라볼 때 보이는 세상 풍경이 달랐다. 천상계와 인간계의 차이라고나 할까. 빗물이 기둥을 타고 흘러 저수통에 고인다고 하니 마치 귓가에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쇼팽이 마요르카에서 완성한 ‘빗방울 전주곡’이 듣고 싶었다.

    “기둥은 나무줄기와 그루터기 같고, 지붕은 등성이와 가파르게 기울어진 비탈이 있는 산과 같으며, 둥근 천장은 포물선 모양을 한 동굴이고, 튼튼한 테라스는 산의 절벽 모양이다.”

    자신이 건축한 집을 가리켜 가우디는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그의 건축은 정지되어 있지 않다. 자연처럼 리듬을 타고 움직인다. 가우디의 건축 언어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인 이유다. 그가 누누이 강조했듯 자연에는 직선이나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다. 따라서 건물에도 직선이나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어야 한다.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

    델포이는 신탁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수많은 왕과 현자가 신의 뜻을 알기 위해 아폴론 신전으로 몰려들었다. 가우디는 그리스식 광장과 신전 아래, 즉 정문으로 들어왔을 때 처음 오르게 되는 계단 위에 신탁과 관련된 상징을 배치했다. 불가사의한 삼각 구조물이 그것이다. 손을 들어 기도하는 듯한 조형물 안에는 돌이 놓여 있다. 그저 평범한 돌이다. 그러나 이 돌은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 있던 옴파로스를 나타낸다. 제우스 신은 어느 날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세계의 양쪽 끝에서 독수리 두 마리를 날려 보냈다. 같은 속도로 날아간 두 독수리는 묘하게 델포이에서 마주쳤다. 이에 제우스는 세상의 중심이 델포이라는 의미에서 그 자리에 원뿔형 석상을 세웠다. 이것이 그리스어로 배꼽을 뜻하는 옴파로스다. 그리스인들은 옴파로스를 대단히 중요한 종교적 상징으로 여겼다.

    옴파로스 밑에는 도마뱀으로 널리 알려진 용이 자리하고 있다. 전설 속 존재인 용을 등장시킨 것은 카탈루냐의 신화를 그리스의 신화와 연결하려 한 것이 아닐까. 용의 입을 통해 저수통에 있던 물이 흘러내린다. 본래의 용은 지금처럼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발톱도 날카롭고 이빨도 도드라져 매우 무서운 모양새였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좀 더 온순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발톱과 이빨을 제거한 게 아닌가 여겨진다. 용 때문에 이 계단을 ‘용의 계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의견도 있다. 이 조형물은 용이 아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수의 수호신 피톤이라는 것이다. 피톤은 델포이의 땅속에 숨어 있다가 신관들의 기도나 공물이 있을 때 기어 나와 신탁을 내리던 거대한 이무기였다.
    신전 밑 계단에 있는 도마뱀처럼 생긴 용 조형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수의 수호신 피톤이라고도 한다. 인기가 많아 구엘 공원을 넘어 바르셀로나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 사진. ⓒ 김혜경
    신전 밑 계단에 있는 도마뱀처럼 생긴 용 조형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수의 수호신 피톤이라고도 한다. 인기가 많아 구엘 공원을 넘어 바르셀로나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 사진. ⓒ 김혜경
    용의 계단 아래에는 원반 장식이 만들어져 있다. 가운데 돌출된 것은 뱀의 머리다. 구엘 저택 철제 대문을 장식한 뱀과 같은 의미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당시 광야에서 하느님과 모세를 원망하다가 불 뱀에 물려 죽게 되었다. 이때 모세가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청동으로 뱀을 만들어 장대 위에 매달았고, 불 뱀에 물린 사람들이 이 청동 뱀을 쳐다보면 즉시 치유되었다. 청동 뱀에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하느님에게 돌이키도록 함으로써 구원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후 뱀은 치유와 구원의 상징이 되었다. 뱀 머리의 배경은 카탈루냐 문장이고, 그 주변에는 작고 동그란 장식이 여러 개 박혀 있다. 유칼립투스 열매다. 유칼립투스 씨앗은 딱딱한 열매 속에 담겨 있어 산불이 나서 껍질이 열릴 때만 발아한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까지 끈질기게 생존을 이어가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뱀은 치유와 구원을, 유칼립투스 열매는 생명과 건강을 상징한다.
    용의 계단 아래는 카탈루냐 문장의 원형 장식 속에 뱀 머리가 돌출해 있고 주위에는 유칼립투스 열매들이 박혀 있다. 뱀은 치유와 구원을, 유칼립투스 열매는 건강을 상징한다. / 사진. ⓒ 김혜경
    용의 계단 아래는 카탈루냐 문장의 원형 장식 속에 뱀 머리가 돌출해 있고 주위에는 유칼립투스 열매들이 박혀 있다. 뱀은 치유와 구원을, 유칼립투스 열매는 건강을 상징한다. / 사진. ⓒ 김혜경
    살아있는 돌들의 천국

    계단을 다 내려오면 마침내 정문이 등장한다. 환상적인 두 파빌리온, 경비실과 관리실이 있는 곳이다. 구엘 공원이 건설되던 1900년, 독일 작곡가 엥겔베르트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이 바르셀로나에서 초연되었다. 공연을 보고 감명받은 가우디는 상상력을 발휘해 이처럼 먹고 싶은 집을 지었다. 독일 동화 작가 그림 형제가 민담을 수집한 『헨젤과 그레텔』에는 숲에서 길을 잃은 남매가 마녀가 만든 빵과 설탕으로 지은 집을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빵과 설탕으로 만든 집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렇게 생각한 가우디는 환상 속에서나 가능한 집을 현실 세계에 건설했다. 초콜릿 위에 크림이 흘러내리는 듯한 경비실 꼭대기의 굴뚝은 광대버섯 모양이다. 버섯을 좋아한 구엘은 산으로 버섯을 캐러 다녔다고 한다. 가우디는 땅을 뚫고 올라오는 버섯의 강한 생명력을 표현하면서 커피잔을 뒤집어 박아 하얀 비늘처럼 보이게 했다. 정면 벽 두 개의 원형 장식 속에는 ‘Park’와 ‘Güell’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가우디의 전매특허인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네 팔의 타일 십자가가 세워진 관리실은 기념품 판매소로 운영 중이다.
    정문 앞에서 올려다본 광경. 줄지어 선 기둥들, 즉 콜로네이드(Colonnade) 덕분에 주민들의 열린 공간인 광장이 탄생했다. 발밑으로 구름과 태양이 떠다니는 천상의 세계 같다. / 사진. ⓒ 김혜경
    정문 앞에서 올려다본 광경. 줄지어 선 기둥들, 즉 콜로네이드(Colonnade) 덕분에 주민들의 열린 공간인 광장이 탄생했다. 발밑으로 구름과 태양이 떠다니는 천상의 세계 같다. / 사진. ⓒ 김혜경
    경비실 지붕. 꼭대기 굴뚝은 광대버섯 모양이다. 하얀 비늘은 커피잔을 뒤집어 박은 것이다. 정면 벽 두 개의 원형 장식 속에 ‘Park’와 ‘Güell’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 사진. ⓒ 김혜경
    경비실 지붕. 꼭대기 굴뚝은 광대버섯 모양이다. 하얀 비늘은 커피잔을 뒤집어 박은 것이다. 정면 벽 두 개의 원형 장식 속에 ‘Park’와 ‘Güell’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 사진. ⓒ 김혜경
    정문을 등지고 위쪽을 올려다보면 계단을 타고 이어지는 그리스 신화의 장면들과 웅장한 신전 그리고 자연 광장의 위용이 한눈에 드러난다. 사람들이 구름과 태양 위에 떠 있는 듯 보인다. 정면 계단 오른쪽에는 코끼리 코처럼 생긴 돌기둥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있다. 쉼터 같기도 한 이곳은 마차들이 회전해 돌아나가던 장소다. 정면 계단 왼쪽에는 카페테리아와 화장실이 있다. 오래 걷느라 지친 사람들이 쉬어가는 이곳은 원래 마구간이 있던 자리다.

    구엘 공원은 살아있는 돌들의 천국이다. 정문 왼쪽 길로 오르다 보면 버섯 모양의 기둥들이 물결치듯 이어진 오솔길이 나타난다. 산에서 굴러다니던 보잘것없는 잡석들이 이토록 멋지고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내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고, 어디 하나 대충 만든 게 없다. 돌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자연에 취해 걷다 보면 구엘이 살던 집을 지나 자연 광장으로 연결된 긴 터널이 등장한다. 돌들이 파도치듯 사선으로 늘어선 장면이 압권이다. 기울어진 아치는 대지의 압력을 효과적으로 견뎌 고가도로를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가우디는 이중으로 축대를 쌓아 안전을 확보했다. 황갈색 돌 회랑을 걸어가노라면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 홍해 바닥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정문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골고타 언덕이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후문이 나온다. 어디로 가든 돌로 만든 산책길과 마차길이 등장한다. 구엘 공원은 살아있는 돌들의 천국이다. / 사진. ⓒ 김혜경
    정문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골고타 언덕이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후문이 나온다. 어디로 가든 돌로 만든 산책길과 마차길이 등장한다. 구엘 공원은 살아있는 돌들의 천국이다. / 사진. ⓒ 김혜경
    광장 오른쪽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돌들이 파도치듯 이어진 긴 터널이 나타난다. 기울어진 아치는 힘을 분산시킴으로써 고가도로를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다. / 사진. ⓒ 김혜경
    광장 오른쪽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돌들이 파도치듯 이어진 긴 터널이 나타난다. 기울어진 아치는 힘을 분산시킴으로써 고가도로를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다. / 사진. ⓒ 김혜경
    터널이 광장과 맞닿을 즈음 한쪽 아치에 돌을 쌓아 만든 여인상이 눈에 띈다. 머리에는 빨랫감이 든 바구니가 있다. 그래서 이 길을 카탈루냐어로 ‘Viaducte de la Bugadera’, 즉 ‘세탁부의 현관’ 혹은 ‘세탁부의 회랑’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탁부는 빨래하는 일을 맡아 하는 여자 또는 세탁을 위해 고용한 여자를 가리킨다. 건축은 남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인부들을 먹이고 입히는 일은 여간 고된 게 아니다. 대개 이런 일은 여자가 맡았다. 여인들의 수고에 대한 배려가 드러난 게 바로 이 조형물이다. 이곳에 여인상이 세워진 데 대한 추측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돌을 쌓아 구름다리를 만들던 인부가 세탁하러 매일 이 길을 오가던 한 여인을 사랑하게 돼 조각을 만들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가우디가 구엘을 위해 그리스 신전을 기둥 대신 떠받치고 있는 여인상인 카리타스를 설치한 것이라는 설이다. 여인상을 지나 나비처럼 생긴 철문을 통과하면 계단 위로 광장이 펼쳐져 있다.
    돌 아치 터널 기둥에 작은 돌을 쌓아 만든 세탁하는 여인상. 머리에 빨랫감이 든 바구니를 이고 있다. 그래서 이 길을 ‘세탁부의 현관’ 혹은 ‘세탁부의 회랑’이라 부르기도 한다. / 사진. ⓒ 김혜경
    돌 아치 터널 기둥에 작은 돌을 쌓아 만든 세탁하는 여인상. 머리에 빨랫감이 든 바구니를 이고 있다. 그래서 이 길을 ‘세탁부의 현관’ 혹은 ‘세탁부의 회랑’이라 부르기도 한다. / 사진. ⓒ 김혜경
    지상낙원에서 흘리는 눈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제일 높은 곳에는 골고타 언덕이 만들어져 있고 그 위에 세 개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가우디는 이 자리에 성당을 지으려 했으나 사정상 여의찮게 되어 십자가만 설치했다. 가장 큰 십자가는 예수가, 작은 십자가는 예수를 옹호하며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한 강도가 매달렸던 십자가다. 그런데 삼각형 모양의 십자가 하나가 보인다. 이건 뭘까? 이 십자가는 예수를 조롱하며 끝내 회개하지 않은 강도가 매달렸던 십자가다. 구약 성경 신명기 32장 23절 “나는 그들에게 재앙을 퍼붓고 나의 화살을 모조리 쏘리라.”라는 구절에 따라 화살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모세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우리를 이집트에서 탈출시키고 인도해낸 하느님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설교를 하면서 하느님을 배반한 자에게 닥칠 것은 화살이라고 말했다. 큰 십자가 양 날개는 남과 북을, 작은 십자가 양 날개는 동과 서를 가리킨다. 세 개의 십자가가 일직선으로 나란히 보이는 곳도 있다. 주변을 돌다 보면 자연스레 그 자리가 찾아진다.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골고타 언덕과 세 개의 십자가. 큰 십자가가 예수, 작은 십자가가 예수를 옹호하고 회개한 강도, 삼각형 모양의 십자가가 예수를 조롱했던 강도의 것이다. / 사진. ⓒ 김혜경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 골고타 언덕과 세 개의 십자가. 큰 십자가가 예수, 작은 십자가가 예수를 옹호하고 회개한 강도, 삼각형 모양의 십자가가 예수를 조롱했던 강도의 것이다. / 사진. ⓒ 김혜경
    1914년 7월 28일,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가뜩이나 지지부진하던 구엘 공원 분양 사업은 더 진척이 어려워졌다. 공사는 중단되었고 프로젝트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런데도 구엘, 가우디, 트리아스 세 사람은 여전히 공원 안에 거주했다. 지중해로 태양이 떠오를 때, 갈보리 십자가 사이로 노을이 붉게 물들 때, 세 사람은 물끄러미 그 광경을 감상했다.

    어느 날 가우디는 구엘에게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 우리만 이 건축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자 구엘은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당신의 건축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존경할 뿐입니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절친했던 사람들과 자신이 혼신을 기울여 만든 지상낙원에서 살았던 가우디는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까? 불행하게도 가우디가 구엘 공원에서 지냈던 20여 년 동안 힘들고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구엘 공원에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하던 1906년 아버지 프란시스코 가우디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였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와 다른 형제들에 비하면 장수한 것이지만, 자신에게 대장장이의 피를 물려준 아버지의 죽음은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유일한 혈육이던 조카딸 로사 에게아 가우디마저 1912년 3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었다. 지상에 가우디의 피붙이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것이다. 1914년에는 그의 든든한 오른팔이자 동지였던 프란세스크 베렝게르와 구엘 공원의 유일한 입주자 마르티 트리아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어서 1918년에는 구엘마저 공원에 있는 자기 집에서 운명했다. 구엘은 후원자이기 이전에 세상에서 가우디를 가장 사랑하고 존경했던 지지자였다. 그와 같은 건축주는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구엘이 죽은 뒤 그의 가족은 1922년에 구엘 공원을 바르셀로나시에 매각했고 1926년부터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그 무렵 가우디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저의 좋은 친구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가족도 없고, 의뢰인도 없고, 재산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야 비로소 저는 온전히 교회에 헌신할 수 있습니다.”

    1925년 가을,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지하 작업실로 주거지를 옮겼다. 그에게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는 건축주 하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앙과 사색과 건축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그는 자신이 육신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조차 망각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유승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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