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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외에도 헬스케어·로보틱스 등 인공지능(AI) 응용 분야가 진짜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IBK자산운용에서 미국AI 빠른환매 채권혼합형펀드를 운용하는 김정훈 운용역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와 금리, 그리고 국내외 증시 환경을 동시에 고려해 펀드를 설계하고 있는 전문가다. 인터뷰 내내 강조한 키워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성장주'와 '응용 분야 중심 투자'였다.
"닷컴 버블과는 달라...AI 기업은 막대한 이익"
최근 월가에서 'AI 버블'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촉발점은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었다. 그는 "AI 산업에 버블의 기미가 있다"는 말을 던졌고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김 운용역은 올트먼 발언의 맥락을 짚었다. 그는 "올트먼이 말한 버블은 단순히 밸류에이션을 지적한 게 아니었다"며 "당시 메타·구글 같은 빅테크들이 오픈AI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하며 공격적인 투자가 벌어지고 있었고, 이를 견제하는 차원의 발언이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AI 산업은 본질적으로 닷컴 시절과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닷컴 버블은 실적이 없는 기업 주가가 과열된 현상이었지만, 지금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처럼 분기마다 수십억 달러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만큼 단순히 버블이라 부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김 운용역은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 수준인데, 이는 과거 100배가 넘던 닷컴 버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며 "지금 상황은 오히려 실적 대비 합리적인 밸류에이션 범주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짚었다. “예전엔 GE(제너럴일렉트릭)이나 JP모간과 같은 기업들이 상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빅테크가 차지하고 있다"며 "과거 밸류에이션 밴드와 단순 비교하는 건 착시일 뿐”이라고 했다.
"중소형 성장주, 금리 인하 국면에서 반등할 것"
김 운용역은 앞으로 6개월~1년 동안 미국 증시에 대해선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종별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진단이다. 그는 "시장의 중심축은 여전히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M7(마그니피센트7) 빅테크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중소형 성장주에도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아크인베스트 창업자 캐시 우드를 예로 들었다. 김 운용역은 "캐시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 ETF는 늘 '비주류'이자 '고성장 잠재력'을 가진 중소형 종목에 베팅해 왔다. 전기차 초기 시장에서 테슬라에 집중해 대박을 터뜨린 게 대표적 사례"라며 "최근에는 암호화폐 관련 소형주를 적극적으로 담고 있는데,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 이런 종목들이 단숨에 치고 올라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캐시 우드는 최근 코인베이스,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비트코인 채굴 및 보관 기업 등 암호자산 관련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김 운용역은 "빅테크가 시장의 우상향 흐름을 지켜주는 역할이라면, 캐시 우드가 담는 중소형주는 금리 인하에 따른 '알파(초과 수익)'를 노릴 수 있는 영역"이라며 "다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개별 종목보다는 테마형 ETF를 통한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AI 투자, 이제는 응용 분야가 핵심"
김 운용역이 AI 분야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산업의 성장 단계다. 그는 AI 투자를 코어, 인프라, 응용(애플리케이션)으로 나눠 설명했다. 코어는 엔비디아·오픈AI처럼 두뇌 역할을 하는 칩과 모델 기업이다. 인프라는 전력·데이터센터 같은 기반 시설, 그리고 응용은 헬스케어·로보틱스·자율주행처럼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분야다.
그는 "엔비디아나 오픈AI(챗GPT)는 AI 코어 기업으로 이미 시장에 잘 알려져 있고, 데이터센터·전력 같은 인프라 역시 오라클과 손정의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지금부터 새로운 속도가 붙는 건 응용 분야"라고 했다. 대표 사례는 템퍼스 AI를 꼽았다. 최근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90%를 기록했다. 김 운용역은 "초기 응용 분야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AI 응용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라서 성장 속도가 오히려 코어 기업보다 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은 다소 보수적이다. 그는 “코스피는 이미 PBR 1배를 넘어섰다"며 "정책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돼 추가 점프는 쉽지 않고, 당분간은 2800~3500선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업종별 기회는 존재한다. 김 운용역은 “조선업은 글로벌 수주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인터넷 업종도 글로벌 증시와 동조화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은 국내외 업황 개선의 수혜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