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올 들어 연이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대규모 결제 인프라를 앞세운 카카오페이 등 대형 핀테크 업체는 물론 규모는 작지만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중소형 기업까지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정보기술(IT)과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입증한 핀테크 기업들은 기업공개(IPO)와 해외 진출을 추진하며 ‘퀀텀점프’를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 흑자 행진 이어가는 대형 핀테크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작년 말까지 이어진 15분기 연속 영업적자 행진을 끊고 올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에 4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2분기(93억원)엔 흑자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발생한 대규모 일회성비용이 사라진 데다 올 2분기 오프라인 결제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나며 거래액이 급증한 결과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토스는 흑자 규모를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토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838억원으로 전년 동기(289억원) 대비 190% 늘었다. 2021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어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올해 흑자 규모를 키우면서 국내 대형 핀테크 3사는 올해 처음으로 모두 흑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가 보편화하면서 결제 사업을 영위하는 빅3 핀테크가 모두 흑자를 냈다”며 “앞으로 흑자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중소 핀테크, 해외로 뻗어나가
중소 핀테크 업체들도 올해 연달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보험·카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샐러드는 2분기 1억2000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분기 단위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뱅크샐러드는 흑자 전환을 발판 삼아 내년 하반기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맞춤형 보험분석 및 관리 서비스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해빗팩토리는 1분기 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6년 1월 설립 이후 9년 만에 달성한 영업흑자다. 작년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대출비교 핀테크 ‘핀다’는 올해 상반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핀테크 기업들은 AI를 앞세워 해외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국내 1위 온라인투자연계(P2P) 업체인 PFCT는 AI 기반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주는 ‘에어팩’으로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자체 개발한 금융기술의 수출에 성공한 PFCT는 올해 8월 처음으로 월 단위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PFCT는 향후 베트남, 호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 핀테크 기업들이 연달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정책 불확실성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대출 비교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6·27 대출규제가 시행된 이후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23년 정부가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한 이후 대출 비교·중개 서비스를 영위하는 일부 핀테크가 크게 성장했지만,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대출 서비스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소 핀테크 업계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