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옥수수 가격이 2월 고점에 비해 20%가량 떨어진 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등 주요 생산국의 풍년 기대에 고공 행진하던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다. 국내 식품업체와 사료업체의 원가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3일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옥수수 가격은 부셸(농산물 단위)당 402.8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4.1% 올랐지만, 올해 들어선 8.1% 빠진 가격이다. 지난 2월 18일 기록한 고점(515.8달러)에 비해선 20% 떨어졌다. 옥수수 가격은 2022년 4월 8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들어 옥수수 가격이 하락한 건 주요 생산국의 풍년 영향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5~2026년 옥수수 생산량은 167억 부셸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에이커당 예상 생산량은 188.8부셸로 10년 평균인 174.2부셸보다 8.4% 많다.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의 2024~2025년 옥수수 수확량도 1억3700만t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비가 많이 올수록 수확량이 늘어나는 사탕수수와 달리 옥수수는 비가 적당히 와야 생산량이 증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를 통해 “코카콜라가 미국 내 음료에 사탕수수 설탕을 쓰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진 것도 옥수수 투자 심리를 약화시켰다. 미국 내 HFCS에 대한 건강 우려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액상과당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나오는 설탕보다 가격이 낮아 많이 쓰인다.
글로벌 옥수수 가격의 하락은 국내 가공식품업체와 사료업체에는 희소식이다. 원가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옥수수를 수입해 전분이나 액상과당 등으로 가공한 뒤 제과·제빵·음료·빙과·맥주 등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식품업체들의 올 상반기 기준 평균 옥수수 수입 가격은 t당 35만1150원으로 지난해와 2023년 대비 각각 9.9%, 15.4% 낮았다. 최근 수년간 옥수수 가격의 고공행진은 가공식품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옥수수 가격까지 오르면 식품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옥수수는 사료에도 많이 쓰인다. 대한제당의 상반기 기준 평균 옥수수 수입 단가는 t당 242달러로 지난해(249달러)보다 낮았다. 2023년(319달러)에 비해선 24.1% 낮아졌다. 대한제당은 옥수수를 수입해 배합 사료를 생산한다.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닭이나 돼지 등 축산 생산 원가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