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기려면 신기술이 정답"…LG엔솔, 신기술로 벤츠와 15조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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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에 15조원 규모 46시리즈 배터리 납품 계약
○프리미엄 배터리사로 LG 택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벤츠의 미국 공장과 유럽 공장에 각각 75GWh, 32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총 전기차 150~200만대 분량에 해당하는 107GWh 규모다. 계약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현재 배터리 셀 시장가를 고려하면 약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에선 2028년부터 약 8년간, 미국에선 2029년부터 약 9년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세계 배터리 회사중 가장 빠르게 개발한 46시리즈가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46시리즈는 기존 21시리즈(지름 21㎜) 원통형 배터리 대비 크기를 대폭 키운 차세대 폼팩터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중에서도 특히 고밀도의 프리미엄 삼원계로 여겨진다.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21시리즈보다 20% 이상 높고 화재안정성도 높다. 다만 기술적 장벽이 높아 국내외 기업중 LG에너지솔루션만큼의 양산기술을 확보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와 폴란드에 46시리즈 공장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덕에 미국과 유럽에서 초대형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벤츠는 올해 상반기 LFP 및 삼원계 배터리가 들어간 모든 유형의 전기차를 통틀어 7만5000대를 전세계에 판매했다. 연간 15만대 수준이다. 벤츠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28년~2037년 46시리즈가 장착된 프리미엄 전기차로만 연간 15~20만대를 판매해야 한다. 이런 '베팅'을 성공시키기 위해 46시리즈를 전세계 배터리사중 가장 선제적으로 개발한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벤츠는 자사 프리미엄 전기트럭 등에 46시리즈를 장착할 계획이다. 벤츠는 납품사로 CATL도 고려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럽 이어 중국도 기대
업계는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시장에서 중국을 제치고 대형 계약을 따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사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한국회사와 중국회사의 정면승부가 펼쳐지는 시장이다. 올들어 유럽 시장내 전기차 회사들은 중국 LFP 배터리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벤츠도 그 중 하나였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한발짝 앞서가면서 중국을 제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은 CATL조차 아직 46시리즈 시장에는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각형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46시리즈에서는 양산기술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저가공세를 펼치는 중국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앞선 기술력"이라며 "46시리즈가 예시"라고 말했다.
46시리즈 등으로 기술적 격차를 증명한다면 향후 CATL, BYD 등의 ‘텃밭’인 중국 전기차사와의 계약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6월 중국 주요 전기차사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약 1조원 규모의 46시리즈 계약을 맺었다. 당시 유럽시장 진출을 고려하던 체리자동차는 중국 배터리사를 납품처로 고려했지만 기술적 격차 때문에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을 택한 바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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