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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2편만으로 '역대급' AI 묵시록 …벌써 960만이 본 '에이리언: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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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 오동진의 아웃 오브 넷플릭스

    디즈니+ 8부작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이 글은, 전례가 없는, 도입부 리뷰이다. 디즈니+가 새로 올리고 있는 <에이리언: 어스(Alien: Earth)> 8부작 중 현재까지 올라 있는 1, 2부에 대한 리뷰이기 때문이다. 이건 어쩌면 마케팅에 이용되는 것뿐이라는 지적과 리뷰어가 얄팍한 수를 쓰는 것 (향후 전체 8회를 다 안보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에 일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으나 단 2회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을만한 작품이라는 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두 회차라는 점에 사전 리뷰를 결정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그 점을 감안하고 양해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이 글을 보낸 시점에 확인했다. 이 시리즈는 공개 6일 만에 960만 명이 봤다.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시리즈(이걸 왜 에일리언이라 안 하고 고집스럽게 에이리언이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식 발음이 활용됐던 1980년대의 산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제목은 에이리언, 본문은 에일리언으로 통일한다)는 대부분이 명작이지만, 동의를 하든 안 하든, 그중 최고는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에이리언2>(1986)이다. 거기서 주인공 여성 리플리(시고니 위버)는 우주선 안에서 고립된 여자아이를 구하고 아이를 해치려 하는 외계 괴물에 정면으로, 당당히, 두려움을 버리고 맞선다. 그녀는 한쪽 팔로 아이를 안고, 다른 팔로는 자기 몸집만 한 샷 건을 든다. 그녀는 결국 아이를 한쪽 구석에 숨겨 놓은 채 에일리언과 정면 대결을 펼친다. 그때 시고니 위버의 대사는 잊을 수가 없다. “내 애한테서 떨어져 이 x년아!(Get away from her, you bitch!”)

    <에이리언> 시리즈는 우주탐사, 과학 문명의 명암, 미래세계의 불확실성 등을 얘기하려는 듯 사실은 강한 모성애와 여성주의를 비벼 넣는다. 프랑스 장 피에르 주네가 연출을 맡고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했으며, 음악에는 존 프리젤이 참여했던, 드림팀의 <에이리언4>(1998)에서의 리플리는 자신 역시 복제됐으며 자신과 에일리언 사이에 생명체를 합성하려는 실험에 이용된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때의 리플리는 에일리언에게 모성을 느낀다. 이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가 대중을 움직인 것은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사실은 신파였다.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8부작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는 그 끔찍한 외계 생명체 에일리언이 마침내 지구를 침공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스타워즈> 마냥 에일리언이 우주 군단을 끌고 쳐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USCSS 마지노 호라는 심(深)우주 탐사선의 실험 랩에 가둬 놨던 에일리언들이 탈출해 우주선을 망가뜨리고 지구에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상황극이다.

    드라마 전체 설정이 아주 그럴듯하다. 미래에는 불멸을 향한 경쟁이 세 가지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기계적 개조 인간인 사이보그가 있고(<에이리언> 시리즈의 원안자인 ‘위대한’ 감독 리들리 스콧의 또 다른 ‘위대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 룻거 하우어가 맡았던 캐릭터) 두 번째는 인공지능 AI를 탑재한 합성 인간이 있으며(<에이리언2>에서의 랜스 헨릭슨이나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에서 마이클 패스벤더가 맡았던 캐릭터) 세 번째는 인간 의식을 다운로드한 합성체인 하이브리드이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2015년 영화 <엑스 마키나>가 진화된 형태이다. 두 번째 유형과 세 번째 유형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머리가 컴퓨터이냐, 아니면 사람의 뇌거나 뇌가 지닌 기억과 메모리이냐의 차이이다.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의 주인공 웬디(시드니 챈들러)는 굳이 얘기하자면 봉준호의 <미키17>의 미키와 같다. 원래 이름이 마시였던 아이는 오직 기억만 이식된 웬디로 재탄생한다.

    이 웬디는 거의 ‘6백만 불의 사나이’ 같은 힘과 속도, ‘소머즈’와 같은 청각과 감각을 지닌 슈퍼 헤로인이 된다. 문제는 여전히 12살의 인성을 지닌 채 20대 후반 여성의 몸으로 뇌가 이식됐다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인간인 오빠 조 허밋(알렉스 로더)은 서른두 살 남자이다. 그러나 2120년의 시대에 그런 것은 다 소용이 없다. 합성 인간은 늙지도, 죽지도, 의식이 성장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에이리언: 어스>에서는 그간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나왔던 모든 비인간, 비인격체의 유형이 총출동한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가 미래 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진화시키고, 또 진화시키면서 그것을 집대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에이리언1>(1979)에서 보여줬던 충격, 에일리언의 그 흉측한 몰골의 원안이 됐던, 스위스 초현실주의 화가 H. R. 기거가 탄생시킨 외계 괴물 캐릭터의 신선한 공포를 인간, 사이보그, 합성 인간이 지닌 존재의 공포 자체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8부작 드라마는 기존 영화가 만들어 놓은 서사에서 많이 이탈할 것이란 예상과 느낌을 준다. 주인공은 에일리언이 아니라 인간의 뇌만 가지고 있는 합성 인간이다. 다만 주인공 웬디의 합성 인간 이미지가 시즌 후반부로 가면서 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점점 변해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목적을 지녔기 때문인지 몰라도 웬디의 극 중 이미지는 과거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2005)의 주인공 아멜리(오드리 토투)를 판박이로 닮도록 만들었다.

    더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제 세계(지구를 넘어 우주 세계까지)는 국가나 민족이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유형의 인간을 ‘제조’하는 회사가 나누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웬디를 창조한 회사 ‘프로디지’의 사주 보이 카발리어(사무엘 블렌킨)는 조 단위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의 프로디지 시티를 사업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인물이다. 우주선 USCSS 마지노 호의 주인은 유타니라는 여성 조만장자이다. 세계는 정치나 이즘이 아니라 돈과 과학기술이 배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AI, AI를 그토록 떠들어 대는 사람들에게 이런 디스토피아적 풍경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AI는 인간을 더 인간화할 것인가, 아니면 점점 더 기계화할 것인가. <에이리언: 어스>가 궁극으로 질문하고 있는 지점이다.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모든 영화나 드라마 성취는 도입부에 전체 인물을 어떻게 배치해 각각을 설명할 것이며 그들을 어떤 공간에서 보여 주느냐에서 결정된다. <에이리언: 어스>는 에피소드 1, 2편 안에서 모든 것을 해낸다. 인물들은 세 축으로 나뉜다. 일단 지구에 충돌한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는 수색구조대 속의 웬디와 그녀의 생물학적 오빠 허밋, 그리고 대원들이 있다. 그 대장은 커시라는 인물(티모시 올리펀트)이다. 커시는 컴퓨터가 이식된 합성 인간, 제2유형이다. 과학 지식이 막대하게 입력된 인물이다. 나중에 이 ‘인간 아닌 인간’이 냉혹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인물군은 카발리어의 회사 내 인물들로 실비아 같은 여성(에시 데이비스)이 있다. 웬디 창조의 역할을 했으며 아이에게 모성을 느낀다. 마지막으로는 외계 생물 에일리언, 특히 어미 에일리언이 있다. 이렇게 세 축의 캐릭터 군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1, 2편 안에 잘 정리해 늘어놓는다. 촬영은 대부분 대형 세트에서 이루어졌으며 바깥은 거의 다 CG이다. AI가 동원됐을 것이다.

    100층짜리 건물에 부딪힌 우주선 내부, 그리고 건물 붕괴의 여러 장면은 레퍼런스(이전 영화의 장면들)가 꽤 보인다. 찰턴 헤스턴 주연의 <대지진>(1974), 폴 뉴먼 주연의 <타워링>(1974), 진 해크먼 주연의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가 생각난다. 쇼 러너(총괄 프로듀서, 에피소드 1, 2편 정도만 직접 연출한다)인 노아 홀리의 영화적 지식과 깊이가 느껴진다. 할리우드의 제작사로 선두 주자인 F/X의 프로덕션 미술이 돋보인다.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 스틸 컷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리즈의 원조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곧 기획자로 참여한 만큼 <에이리언> 시리즈의 철학도 총망라한 듯한 느낌을 준다. 에일리언의 존재는 결국 저 멀리 프랑켄슈타인에서 온 것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해 낸 괴물 프랑켄슈타인. 이 모두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과도한 욕망을 얘기하는 것이다. 리들리 스콧 역시 <에이리언> 시리즈의 외전 버전인 <프로메테우스>(2012)나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 그리고 <에이리언: 로물루스>(2024)를 통해 이 우주의 생명체는 신의 창조가 아니라 진화와 진화의 변형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그것 역시 인간의 손에 의해 통제되고 재창조될 수 있는 것이라는 의식을 확장해 왔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과 그의 후학 감독들은 일관되게 과학이 만들어 내는 인간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 자문한다. 그건 아이작 아시모프가 만들어 낸 ‘로봇 3원칙’ 같은 회의론에 입각한 것이다. 미래에 인간이 창조해 낸 생명체는 그것이 사이보그든 AI형 인간이든, 인간 자체가 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인간에게 유용할 것인가, 혹시 매우 부적절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해 있다.

    <에이리언> 시리즈, 이번 <에이리언: 어스>를 두고 공포영화로 분류하는 이유이다. 이번 드라마 <에이리언: 어스>는 향후 AI 시대에 대한 묵시록적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결코 좋은 미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결국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새 장을 열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영화와 드라마로서 마지막 장을 장식할 것이다. 추후의 에피소드가 기대되는 이유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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