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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인가, 허상인가…아프도록 화려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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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리뷰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이어 韓 상륙

    화려한 무대로 비극미 극대화
    재즈풍과 서정적 노래 어우러져
    11월 9일까지 GS아트센터
    어떤 사랑은 이뤄질 수 없어 더욱 사무친다.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스위스 작가이자 철학자인 드니 드 루주몽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적었다. "사람들은 가장 넘기 힘든 장애를 가장 좋아한다. 그것이 정열을 강하게 불태우는 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사랑이 꼭 해피엔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순수한 사랑, 또는 미련한 욕망은 파멸로 끝나기도 한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 개츠비(매트 도일)가 초록 불빛이 반짝이는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센젤 아마디)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 개츠비(매트 도일)가 초록 불빛이 반짝이는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센젤 아마디)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지난 8일 공식 개막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주인공 개츠비의 가질 수 없는 사랑과 그 사랑의 상실을 무대 위에서 아프도록 찬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현실감 넘치는 발광다이오드(LED) 영상과 화려한 무대 장치는 강렬한 사랑과 대비되는 허무의 정서를 극대화한다. 공연을 제작한 오디컴퍼니는 이번 한국 프로덕션에만 180억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원작은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동명 소설이다. 군인 출신의 개츠비가 가난 때문에 헤어진 옛 연인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츠비는 부유한 집안의 데이지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자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다시 흔들리지만 결국 그 끝은 비극이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화려한 파티가 펼쳐지고 있는 장면./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화려한 파티가 펼쳐지고 있는 장면./사진=오디컴퍼니
    무대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린 1920년대 호화로운 뉴욕을 그대로 담아냈다. 미국의 전통 부호를 대표하는 데이지네 집은 연한 핑크색으로, 신흥 부자 개츠비의 집은 온통 금빛으로 둘러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개츠비와 데이지가 재회하는 오두막집의 문을 열면 안쪽으로 조그만 계단이 LED 영상을 통해 사실감 있게 구현된다. 의상 디자인으로 토니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절로 납득된다. 공연에는 개츠비가 여는 성대한 파티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배우들은 그때마다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탭, 보깅 등 현란한 춤을 선보인다. 개츠비의 안타까운 결말을 반영한 어둠 가득한 무대와 대조적이다.

    뮤지컬 속 음악인 넘버는 파티에 어울리는 재즈풍의 곡과 개츠비의 절절한 사랑을 녹인 감성적인 곡이 조화를 이룬다. '로어링 온'(Roaring on), '뉴 머니'(New money)가 쇼 뮤지컬 스타일이라면, '마이 그린 라이트'(My green light), '포 허'(For her) 등은 한국인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진한 발라드 감성이 묻어난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 개츠비(매트 도일)와 그의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센젤 아마디)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 개츠비(매트 도일)와 그의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센젤 아마디)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이 미국 소설이지만 국내 공연 제작사인 오디컴퍼니가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신춘수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작년 4월 브로드웨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해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데 이어 한국 관객만을 위한 무대로 프로덕션을 꾸렸다.

    국내 관객들은 이름부터 낯선 외국 배우의 공연을 관람하는 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심은 접어도 좋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배우들답게 무대 위 배우들 모두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한다. 개츠비 역의 매트 도일과 데이지 역의 센젤 아마디는 물론이고, 개츠비의 친구이자 극 중 서술자인 닉 캐러웨이 역의 제럴드 시저와 데이지 친구 조던 베이커 역의 엠버 아르돌리노가 들려주는 시원한 고음이 귀를 사로잡는다. 프리뷰 기간인 지난 5일 무대 기술상 문제로 공연이 중단되는 잡음이 있었지만 이후 공연에선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 개츠비(매트 도일)와 그의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센젤 아마디)가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제이 개츠비(매트 도일)와 그의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센젤 아마디)가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100년 전 미국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번 무대는 오늘날 한국 관객에게도 여운을 남긴다. 극본을 쓴 케이트 케리건은 이렇게 말했다. "계층 상승을 향한 갈망, 즉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미국 사회는 물론 영화 '기생충'처럼 세계적 주목을 받은 한국 작품에서도 깊게 다뤄지는 주제다. 문화와 국경을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는 주제들이 '위대한 개츠비' 속에도 담겨 있다."

    공연은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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