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관세 100%" 폭탄발언…삼성·SK '긴장'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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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 관세 100% 언급
구체적인 부과 시기 언급은 없어
"애플은 예외"…자국 내 생산 강조
구체적인 부과 시기 언급은 없어
"애플은 예외"…자국 내 생산 강조
"(미국 상무부) 조사 대상에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모니터 등 완제품도 포함돼 있어 당사 사업에 대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상무부) 조사 결과 반도체 관련 한미 양국 간 협의 결과 등에 따른 기회와 리스크를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해 당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관련 업계가 '반도체 관세'를 주목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6일(현지시간)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1000억달러(약 138조5500억원) 규모의 애플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에서다. 그는 "만약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다음 주 안에 구체적으로 관세율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반도체에 대해서도 별도 카테고리로 발표할 예정인데 이것들이 미국에서 생산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한·미 양국은 앞서 무역협상을 통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대우를 받을 것이란 합의도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반도체 관세 15%'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 수준의 관세율을 점치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과 인공지능(AI) 분야 패권 경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율을 과도하게 높여 자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늘릴 가능성은 낮지 않겠냐는 분석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관세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서버 같은 품목도 영향을 받을 텐데 모바일처럼 컨슈머 디바이스 수요는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AI에 천문학적 투자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컴퓨팅 쪽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를 높게 적용하면 미국의 국가 전략에 부담이 많이 갈 것이라 관세가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인공지능(AI) 칩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로만 보면 미국은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보다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는 전체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제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4조6900억원)로 나타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애플은 예외"라며 "애플과 같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기로 약속한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 당시 "상반기에 기존 계획 대비 많은 출하가 이뤄지면서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가 있지만 시장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향후 관세 정책에 따라 구매 수요가 영향받을 수 있지만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안정적 사업 운영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애플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미국에 먼저 도입함으로써 이 시설은 전 세계로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스틴 팹은 삼성전자가 현재 가동 중인 유일한 미국 반도체 생산기지로, 애플이 미국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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