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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한 상가, 한국선 안 통한 이유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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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사진=한경DB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사진=한경DB
    신도림역 디큐브시티 내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30일 자로 공식 폐점했습니다. 2011년 개장 후 14년만입니다. 상업시설에서도 최고의 입지라고 하는 복합역세권이고,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신도림역 디큐브시티에 들어선 국내 최고 백화점이 문을 닫은 사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디큐브시티는 대성그룹에서 일본 '롯폰기힐스'와 같은 복합 문화공간을 개발하기 위해 롯폰기힐스를 설계한 세계 최고의 상업시설 전문 건축가 존 저드의 저드 파트너스(Jerde Partners·이하 저드)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롯폰기힐스 소유주인 일본 모리부동산에 상가업종 구성(MD)을 맡긴 곳입니다.

    디큐브시티가 문을 열 당시, 모리부동산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디자인이라며 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7층부터 지하 2층까지 모든 층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같은 유려한 곡선 설계, 모든 MD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위 설계라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정작 앵커 역할을 하는 복합상영관이 없었고 백화점도 대성이 직영하는 디큐브백화점 이름으로 론칭했다는 점은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었습니다. 결국 디큐브백화점이 자산운용사에 넘어간 뒤 현대백화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쉐라톤호텔 디큐브시티도 결국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케펠사에 매각되며 오피스로 용도가 변경됐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신도림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의도 더 현대 오픈으로 고객 이탈이 심화하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온라인쇼핑이 입지를 넓히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대형쇼핑몰 모두 고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잘되는 점포 위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폐점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판 롯폰기힐스'를 꿈꾸며 야심 차게 선보인 디큐브시티의 상업시설이 무너질 동안, 일본 롯폰기힐스 내 상업시설은 여전히 명품 상가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후쿠오카의 커낼 시티 내 복합 쇼핑몰이나 홍콩 몽콕의 랭함 플레이스 내의 쇼핑몰 등 미국 저드가 설계한 다른 시설들은 모두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상업시설을 같은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한국만 무너진 이유는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의 위상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백화점보다는 홍대나 성수동 팝업 매장을 찾는 저소득층이 많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부자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과 비교하면 쇼핑 성향에서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결국 최고의 입지와 설계를 골라도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모두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된 셈입니다.

    서울 곳곳에서 역세권 복합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디큐브시티 사례처럼, 단지 설계와 입지만 최고여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분양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해 대형 디벨로퍼가 복합상가 전체를 소유하고 임대 운영하는 선진형 구조를 정착해야 합니다. 세상이 변한다면 공간도 변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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