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의 전반적인 위축은 영화제에도 예외 없이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의 코리아 판타스틱(한국 장·단편 영화가 큐레이션 되는 경쟁 섹션)에서도 한국 장편은 출품작 수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제작에 있어 진입 장벽이 낮은 단편 작품들은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장편들에 비해 우월하다. 눈이 가는 단편이 즐비한 올해 BIFAN에서 만나야 할 단편 중 세 편을 선정했다.
<완벽한 감상> 엑스라지 섹션 | 임정섭 | 21분
한국의 영화산업은 침체하고 있지만 오히려 영화와 극장을 소재로 하는 독립영화들은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사라지고 있는 극장에 대한 향수를 담은 영화들(ex. <미망> 김태양, 2024)이 증가하는 것은 개인 극장보다도 프랜차이즈 극장에 더 익숙한 현 세대들에게마저도 극장이라는 공간은 각별하고도 애틋한 존재라는 방증이 아닐까. 임정섭 감독의 <완벽한 감상>은 정확히 우리 모두가 극장에 갖고 있는 그런 감정들, 즉 애정과 소멸에 대한 염려, 그리고 그곳에서 품을 수 있었던 꿈을 그리는 영화다.
영화는 영화관이 사라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신의 마지막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 감독, 두수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두수는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극장에서 일하는 맹인 여성의 도움으로 자신의 작품, <선샤인>을 극장에서 상영하게 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여자와 두수는 영화를 같이 보고, 극장은 곧 폭파한다.
폐차장에서 일하는 청년, 정호의 노모는 오랫동안 투병생활 중이다. 노모의 간병을 맡고 있는 그의 동생 정기 역시 엄마의 상태만큼이나 피폐해져 간다. 어느 날 정기는 형을 찾아와 폐차를 부탁하고 형제는 밤길을 달려 폐차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폐차를 직전에 앞두고 정호는 정기의 옷에서 핏자국을 발견한다.
<쿵>은 문자 그대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영화는 그 소리의 ‘진원지’를 밝히지 않는다. 그것은 정기의 절박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고, 간병 중에 일어난 흔한 실랑이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영화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배우 이정현의 첫 단편영화, <꽃놀이 간다>와 마찬가지로 ‘간병’이라는 이슈를 통해 초고령 사회에서의 시스템의 부재를 조명한다. 물론 영화제 특유의 장르적이고도 아찔한 정서를 가득 담아서 말이다. 호러와 사회극을 유연하게 배합한 심리 스릴러를 단편으로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소영의 입실>은 단편 중에서도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미니 단편이지만, 이야기의 반전만큼은 영화의 길이를 잊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영화는 수능 당일,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 때문에 입실을 할 수 없는 딸, 소영의 하루를 그린다. 소영은 쉬지 않고 전화를 걸지만, 엄마는 연락이 없다. 곧 안내가 흘러나오고 소영은 수능을 치게 될 교실에 입실해야 한다. 결국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고, 소영은 입실 시간을 놓치고 만다. 소영은 왜 이토록 초조한 것일까. 엄마는 왜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