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법안들 속속…핵심 쟁점 놓고 여당 내 '의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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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민주당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코인 거래소의 규율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업권법을 추진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 달러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1 대 1로 고정한 암호화폐다.
지난 10일 민병덕 의원이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발의한 데 이어, 강준현 의원 등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핀테크산업 업권 협회인 핀테크산업협회(핀산협)가 오는 7월 중 유사한 내용의 '디지털자산 혁신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안도걸 의원도 스테이블코인 부분에 주목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기획재정부(외환)와 한국은행(통화), 금융위원회(감독)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이 담긴다.
민주당 세 법안에 더해서 정부(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안도 하반기 발표된다. 향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입법 절차에 들어가면 이들 법안이 병합 심사될 전망이다.
핀산협 측의 초안과 민 의원 측 법안은 시장의 관심이 큰 여러 대목에서 차이를 보였다.
먼저 핀산협 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자의 진입 문턱을 크게 높였다. 민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상 스테이블코인 자기자본 요건이 5억원인데, 보다 상향한 10억원을 제시했다.무분별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우려하는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등의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핀산협 안이 디지털자산의 담보인 '준비자산'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면서다. 법안은 준비자산의 가치를 발행 잔액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원화만큼 자산을 준비해 놔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기준이 장부가치가 아닌 '시장 평가가치'라는 점이다.
가령 1000억원어치 코인을 발행할 경우, 준비자산에 '리스크 할인'(자산 위험도가 높을수록 평가액을 낮춰서 인정하는 것)이 적용돼 실제로는 여기에 수십억원을 더한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준비금 외에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 추가 비율'이 1%면 10억원까지 별도로 요구되는 셈이다. 때문에 현실화 땐 자본 여력이 있는 기존 은행들이나 대형 사업자 외엔 사실상 진입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던 '통합시장감시시스템'의 유무도 차이점이다. 핀산협 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는데, 대신 코인 거래소 자체에 시장 감시 책임을 부여하는 기존 구조를 유지했다. 이는 이해상충 문제와 투명성 저하 우려를 그대로 방치한 셈이다.
반면 민 의원안은 거래소가 거래데이터를 독립된 통합감시기구에 전송하게끔 하고, 제3의 전문기관인 이 감시기구에만 감시 권한을 줬다. 거래소 부담을 줄이고 독립된 기관에게 맡겨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다.
시장을 규율하는 주체도 다르다. 디지털자산 혁신법은 금융위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두고 업계 전반을 관할하도록 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20~30명 수준의 위원들 중 민간 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현재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상자산위원회를 설치해 '2단계 입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사한 구성을 제안함으로써 정부 로드맵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목은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한 민 의원안과 대치된다. 민 의원 측은 혁신성을 제때 살리기 어려운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에 위원회를 두면 안 된다고 봤다. 금융위에 위원회 지위를 둘 경우 혁신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정책 방향성과 실행력이 중요한 시점으로 지금의 논의가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제도권으로의 편입은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혁신 동력까지 크게 꺾어선 안 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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