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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얼브레인 시대, 정답보다 '물음표' 던질 줄 아는 인재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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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정 한양대 총장 인터뷰

    스스로 질문하고 배우는 학생으로
    '문제아를 찾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사회변화 출발점될 빅퀘스천 받아
    질문기반학습 수업 모형도 개발

    실제 기업의 문제를 수업 과제로
    LG·카카오 등 연계 현장경험 늘려
    작년 학생 창업 100개 '국내 최다'
    외국인 유학생도 인재풀로 양성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최근 서울 사근동 한양대 총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약 900년간 이어져온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임형택 기자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최근 서울 사근동 한양대 총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약 900년간 이어져온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임형택 기자
    2040년 대학 입시에 도전할 것으로 추산되는 학생 수는 약 23만 명이다. 지난해 대학 입학 정원(약 45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15년 뒤엔 국내 대학의 50%는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인구 문제를 인재 양성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선제적 변신을 통해 대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미래에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지능과 인공지능(AI) 활용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듀얼브레인 시대, 두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게 이 총장의 구상이다. ‘실용학풍’에 기반한 한양대의 오랜 강점인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 이 총장을 최근 서울 사근동 한양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강의 혁신을 추진하고 계십니다.

    “저는 ‘얼리어댑터’에 속합니다. 원고를 쓰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봤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오려면 질문을 잘해야 하더군요. 유영만 교육공학과 교수가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해서 기말고사 문제를 이렇게 냈답니다.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 다섯 개를 만들어보라고요.”

    ▷결과가 어땠나요.

    “채점할 필요가 없었답니다. 첫째, 질문 내용만 봐도 수업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단번에 파악이 가능하다고요. 둘째,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말 중요한 질문이 나오더랍니다.”

    ▷질문의 중요성을 체감하셨겠군요.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하는 학생을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유 교수가 ‘문제아를 찾습니다’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뚜렷한 답은 없지만 사회와 인류 변화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질문, ‘빅퀘스천’을 내놓는 학생을 뽑아보자고요.”

    ▷질문 경연대회군요.

    “맞습니다. 그렇게 2023년 시작한 것이 ‘한양 ASKTHON’(Ask+Hackathon의 합성어)입니다. 국내 대학 중 첫 시도였습니다. 학내에서 질문 2400개가 들어왔어요. 그중 몇 명을 뽑아 스피치를 하도록 하고, 상금도 걸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요.

    “지난해 수상작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얼마나 확신이 들었을 때 결정을 내리는가.’ 카카오, 쿠팡 등 주요 기업 임원들이 심사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장 우리 회사로 데려가고 싶은 인재들이라고요.”

    ▷한국 학생은 질문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 강의실에선 ‘질문 있어?’라고 묻고,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강의를 끝냅니다. 이 풍경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질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업 모형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QBL(Question-Based Learning·질문기반학습) 모델입니다.”

    ▷강의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우리 대학의 교육 철학은 ‘티치 레스, 런 모어(Teach Less, Learn More)’입니다. 교수는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깨우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facilitator)’가 됩니다. 900년간 이어져온 대학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보려는 시도입니다.”

    ▷한양인터칼리지학부를 통한 혁신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가 총장이 되고 가장 강조한 것이 ‘경계 없는 교육’입니다. 입학만 무전공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한양인터칼리지에서만 배울 수 있는 융합특화전공도 신설했습니다. 융합의과학, 미래반도체공학, 인지융합과학, 미래사회디자인이 그것입니다.”

    ▷다른 대학에서 한양대의 유학생 유치 성과에 놀라더군요.

    “외국인 유학생 규모가 약 8300명으로 국내 대학 중 1위입니다. 중국에서는 1만 명의 동문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제 양적인 변화에서 나아가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어떤 방향성인가요.

    “인구감소 시대에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유학생을 많이 모집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수한 인재로 육성해 그 인재풀을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 한양대 연구 성과에서 외국인 대학원생이 기여하는 비율이 30%에 달합니다. 이 비율도 점차 높여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산학 협력 역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에리카(ERICA) 캠퍼스는 산학협력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 이미지를 변화시킨 대표적 사례입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LG이노텍 안산R&D캠퍼스, 카카오데이터센터 등 국내 연구기관 및 기업뿐만 아니라 인테그리스코리아 테크놀로지센터 등 글로벌 기업 연구소까지 들어오면서 안산 이미지도 첨단 연구개발(R&D) 메카로 변신했죠.”

    ▷기업들은 어떤 도움을 받나요.

    “실제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수업 과제로 가져옵니다. 교수와 학생이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기업은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은 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서 윈윈입니다.”

    ▷창업 생태계도 활성화돼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닥터나우’, AI 기반 교육 플랫폼 ‘콴다’ 등이 한양대에서 탄생했습니다. 지난해 교원·학생 창업 기업이 각각 18개, 100개였고, 기술이전 수입료가 85억원으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성공 사례가 쌓여 공학 등 기초 분야를 ‘기회의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대학 입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단순히 점수 높은 사람을 뽑는 ‘장치’가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통로’가 돼야 합니다. 수능 당일 컨디션에 따라 인생 진로가 좌우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서술형 평가와 과정 중심 포트폴리오 평가를 확대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재를 선발하도록 다양한 전형 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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