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2·3기 신도시 주택 공급을 늘리되, 용도를 잘 나눠야 합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2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전경. 사진=한경 DB
    2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전경. 사진=한경 DB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추진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토지비나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4기 신도시나 택지개발을 통한 공급이 쉽진 않은 상황입니다. 20여년 전부터 조성된 2기 신도시마저 팔리지 않은 미매각 용지가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광교와 판교를 제외한 10개 신도시에서 약 1125개 필지가 미매각 상태입니다. 면적으로는 총 170만2000㎡ 규모인데, 대부분은 상업용지와 업무 용지 등 수요가 적은 비아파트 용지입니다.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문제로 지적됐던 직주근접을 실현하고자 상업·산업·업무 용지를 대거 포함하고 단독주택 용지도 많이 넣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아파트만 찾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독주택 용지는 총 744개 필지가 미매각 상태로, 이 중 파주 운정3지구에만 422개, 동탄2지구에도 225개 필지가 남아 있습니다. 매각됐지만 착공하지 못한 비아파트 용지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이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파주 운정에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시행사가 필지를 반납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나마 건물이 들어선 곳도 직주근접이라는 당초 의도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 삼송지구에 공급된 대규모 업무 용지는 대부분 주거용 오피스텔로 분양됐습니다. 상업용지에는 초고층 주상복합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주거용으로 전용된 사례도 많습니다.
     남양주시 남양주 왕숙1지구 전경. 사진=한경DB
    남양주시 남양주 왕숙1지구 전경. 사진=한경DB
    3기 신도시의 주택 용지 비율은 어떨까요. 남양주 왕숙1지구의 주택 용지 비율은 23.5%, 왕숙2지구는 21.9%, 하남 교산지구는 21.2%, 부천 대장지구는 20.1%, 고양 창릉지구는 19.4%, 인천 계양지구는 18.8%에 불과합니다. 2기 신도시인 화성 동탄1지구의 주택 용지 비율이 32.3%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3기 신도시는 가장 수요가 많은 주택 용지 비중이 줄었습니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3기 신도시에서 주택 용지 비율이 줄어든 이유는 교통 인프라 부족과 자족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상업·업무 용지를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결국 업무·상업용지도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2기 신도시에 남아 있는 미매각 용지는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좋을까요? 최근 국내 고령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국식 은퇴자 마을 모델(CCRC)을 벤치마킹한 대규모 단지 조성 사업이 SH공사나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SH공사의 ‘골드시티’, 과거 민간이 추진한 ‘웰파크시티’ 등이 그 예입니다.

    DK아시아의 ‘로열파크씨티 I, II’도 수영장, 영화관, 크루즈 등 은퇴자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과 병원 연계 건강케어 시스템을 갖춰 실버타운 못지않은 단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교통망이 미비해 서울 직장인이 출퇴근하기에는 불편하지만, 은퇴자들에게는 오히려 최적화된 거주 환경을 제공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이러한 사례들을 감안할 때,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3기 신도시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청년층을 위한 주택 용지를 대폭 확충하고 상대적으로 서울 접근성이 낮은 2기 신도시에 남아 있는 필지들은 대규모 CCRC 단지가 입주할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정부가 자족 기능 확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상업시설은 과잉 상태고 업무시설 수요도 재택근무 확산 여파에 줄어들고 있습니다. 업무·상업 용지를 공급하더라도 본래 의도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작습니다.

    자족 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3기 신도시도 미매각 용지가 대거 남을 위험이 큽니다. 도시계획도 30년, 100년 단위로 고정된 계획이 아닌, 시대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최원철 필진
    *약력

    (전) 정부 '미래주거추진단' 민간위원
    (현) 한국리츠협회 전문위원 / 제도개선위원회 부위원장
    (현) 해양수산부 항만재개발 자문위원
    (현) 전라북도/새만금개발청 자문위원
    (현) 고양시 도시계획위원/신청사위원
    (현) 동해경제청/경기경제청 자문위원
    (현) 서울시 DMC / 주택전문 자문위원
    (전) 문체부 규제완화위원
    (전) 국토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위원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문위원 등

    ADVERTISEMENT

    1. 1

      흔들리는 플로리다 부동산 시장…외국인 투자자 등 돌리나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한때 전 세계 부유층의 현금 투자처이자 세컨드 홈의 대명사로 각광받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콘도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강화된 미국 이민 정책, 미·중 무역 갈...

    2. 2

      중국 고급식당 줄줄이 폐업…왜? [조평규의 중국 본색]

      중국인들은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民以食爲天)’라고 할 만큼 먹는 것을 중시합니다. 그 사람의 식사 자리를 보면 그의 인품과 철학 그리고 현재의 지위 심지어 미래까지도 가늠해볼 수 ...

    3. 3

      재개발 아파트가 멋지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보러 올까 [최원철의 미래집]

      서울시는 요즘 도심 곳곳에서 ‘직주락’(직장·주거·여가) 활력공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무, 숙박, 상업, 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시설을 조성해 일종의 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