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이 2000원?"…'李대통령 발언'에 식품사들 전전긍긍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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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제품은 1000원 안팎
"물가인상 억제 노림수" 시각도
"물가인상 억제 노림수" 시각도
실제 라면 값은?
‘개당 2000원’ 발언이 쟁점화된 게 컸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에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한다.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라는 발언을 농심 주가가 4.64% 하락하는 등 시장까지 출렁거렸다.식품업계에선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라면 중 2000원이 넘는 제품은 일부에 불과한데, 이처럼 직접적으로 언급되면서 라면 제조업체들이 자칫 서민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2000원 넘는 가격에 팔리는 라면은 편의점 기준으로 농심 푸팟퐁구리큰사발, 오뚜기 열치즈라면 대컵, 삼양식품 탱글,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등이 있지만 2000원이 넘는 라면 비율은 전체의 10% 정도로 추정된다.
대다수 봉지라면 가격은 한 봉에 1000원 안팎이다. 농심은 지난 3월 신라면 1개당 가격을 5% 올렸는데, 소매점 판매가 기준 950원에서 1000원으로 50원 인상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는 봉지라면의 개당 소비자 가격은 1000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통 600~900원대다. 편의점 낱개 판매가도 1200~1500원 선이다.
"당분간 가격 인상 쉽지 않을 것"
다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라면 가격만 콕 집어 말한 것이라기보단 전반적인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을 지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근 식품 물가가 1~2년째 상승하면서 물가 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자 전략적으로 꺼낸 발언으로 풀이된다.최근 소비자물가는 1%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먹거리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각각 4.1% 급등했다. 실제 지난달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3개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라면의 경우 1년 전보다 6.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의 세 배 이상이었으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4.1%)보다도 높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가격을 올린) 대부분 업체에서 지난해 매출원가 증감률이 매출액 증가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이는 원가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기업은 정부의 물가 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공식품 등 물가 안정 대책을 준비하고 있고,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당분간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최소한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워낙 소비 침체 기조가 강해 소비자 반응이 신경 쓰인 것은 사실”라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까지 강해지니 당분간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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