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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점주 위해 매장 건물 매입…'상생'이 높은 이익률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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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이기는 人터뷰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

    14년간 4300억 부동산에 투자
    대리점에 저렴한 월세로 임대

    1963년 설립…수면 문화 선도
    고금리에도 20% 넘는 이익률
    65세 은퇴 후 엔젤투자할 것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가 서울 청담동 에이스애비뉴 서울점에서 “매장 건물을 본사가 매입하고 무차입 경영을 한 것이 고금리 시대에도 높은 이익률을 거둔 비결”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침대 제공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가 서울 청담동 에이스애비뉴 서울점에서 “매장 건물을 본사가 매입하고 무차입 경영을 한 것이 고금리 시대에도 높은 이익률을 거둔 비결”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침대 제공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 카피는 에이스침대가 1993년 TV 광고에서 처음 선보였다. 숙면을 돕는 매트리스가 얼마나 많은 기술이 집약된 제품인지를 ‘과학’이라는 단어로 표현해 크게 히트했다. 창업주 고(故) 안유수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가 입사한 이듬해 새로운 광고를 기획하면서 나온 결과다. 침대라는 가구가 생소하던 1963년 설립된 에이스침대는 이후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휩쓸었다. 침대 시장이 외국산 일색이던 시절 에이스침대는 최초의 국산 스프링, 최초의 국산 매트리스 완제품, 최초의 침대 수출 등의 성과를 이뤘다. 창업 17년 만인 1980년 에이스침대는 중동 아랍에미리트에 침대 기술을 수출해 가구업계 최초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대리점주 위해 매장 건물 매입…'상생'이 높은 이익률의 비결"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선수촌에 들어간 침대 1만3000개도 에이스침대 제품이다. 이후 대여한 침대를 판매했는데 하루 만에 전국 대리점을 통해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파트 보급, 올림픽 이후 침대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기가 맞물린 것이다. ‘첫 국산 침대 브랜드’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매출 3259억원에 영업이익 66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0.3%로 국내 제조업 평균(5.1%)을 크게 웃돈다. 불황을 슬기롭게 넘기는 비결을 안 대표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침대는 과학’이라는 카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당시 ‘옷장은 옷이 쓰고 책장은 책이 쓰는데 침대는 사람이 쓰니까 일반 가구와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992년 에이스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이를 잘 전달하자고 고민하던 중 광고대행사인 오리콤에서 이 카피를 제안했어요. 강력한 이 카피로 지금까지도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자부하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16년 동안 100억원을 들여 개발한 ‘하이브리드 Z 스프링’입니다. 10만 번의 테스트 끝에 나온 이 스프링은 세계 15개국에서 특허를 받았죠. 연결형 스프링과 독립형 스프링을 이중으로 결합해 두 스프링의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침대 공정은 디지털전환(DX)이 어렵습니까.

    “예전과 비교하면 자동화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전환했지만 매트리스 봉제는 사람이 미싱 기계에 천을 물려주는 작업을 해야만 합니다. 공정이 복잡하고 겹겹이 레이어가 많은 에이스헤리츠 매트리스는 한 사람이 하루에 한 개도 못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종합 가구를 만들 계획은 없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침대를 제대로 제조하기도 쉽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만 할 겁니다. 소비자들이 침대와 다른 가구를 같이 사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자코모, 에싸 등 다른 회사 소파 브랜드를 매장에 입점시킨 거죠.”

    ▷에이스는 이익률이 독보적입니다.

    “2003년부터 빚 없이 무차입 경영을 고수한 덕인 것 같습니다. 은행에 나가는 이자가 없으니 고금리 시대에 비용 절감 효과가 다른 회사보다 큰 편입니다.”

    ▷대리점으로 쓰는 건물은 다 매입한 건가요.

    “애비뉴와 스퀘어 매장 55곳이 회사 건물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갑자기 인상하는 일이 잦았거든요. 본사가 건물을 소유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대리점주를 위해 처음 건물을 산 게 울산점이었어요. 울산점의 당시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하니까 대리점주가 본사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마침 회사에 현금이 있던 터라 아예 건물을 매입했죠. 대리점주가 쫓겨나는 상황을 막아보자고 시작한 겁니다. 이후 대리점주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건물을 하나둘 사들인 겁니다.”

    ▷얼마나 투자했습니까.

    “추가로 부지를 확보해놓은 10여 곳을 포함하면 향후 회사 건물에 입점한 매장이 70여 곳까지 늘 겁니다. 14년 동안 4300억원 정도 투자했어요.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곳도 많습니다.”

    ▷대리점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전 건물주가 받던 것보다 낮은 임차료를 책정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도 웬만하면 월세를 안 올리고 있습니다. 상생이 중요하니까요. 수십 년 동안 점주들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배경이죠.”

    ▷3세 경영도 고려하는지요.

    “저는 만 65세부터는 경영에서 손을 놓을 계획입니다. 두 아들 중 첫째가 2023년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8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슬슬 마무리해야죠. 저도 선친께 받았기 때문에 잘 넘겨줘야죠. 부동산 매입한 것도 팔든 매장을 내든 정리 중이고, 오래된 공조시스템이나 공장 노후 장비도 교체하고 있습니다.”

    ▷부친이 강조한 경영철학은 무엇이었나요.

    “생전에 늘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말라’고 강조하셨어요. 최고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셨습니다. 그래서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죠. 제가 주 3일 공장에 가는 것도 선친의 가르침 때문입니다.”

    ▷동생(안정호 시몬스 대표)과는 자주 의견을 교환합니까.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가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땐 부친이 두 침대의 경영에 모두 관여하실 때였죠. 그 일을 계기로 저희 형제는 사업에서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어떤 교류도 하지 않습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에이스침대를 누군가에게 잘 넘겨준 뒤에는 침대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싶어요. 40년 넘게 했으면 충분하죠. 개인적으로는 유능한 젊은 친구들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엔젤 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안성호 사장은

    △1968년 서울 출생
    △1987년 영동고 졸업
    △1991년 고려대 지질학과 졸업
    △1992년 에이스침대 입사
    △2002년 대표이사 부사장
    △2003년 대표이사 사장
    △2023년 재단법인 에이스경암 이사장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민지혜 기자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부.
    인생관은 '사람을 사랑하며 사람답게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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