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불 역대 2번째로 길어...213시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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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열흘간 이어진 산청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께 산청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뒤 정확히 213시간 34분 만이다.
역대 최장기 산불인 2022년 울진 산불 213시간 43분보다 겨우 9분 빠르다.
산불영향 구역은 1천858㏊로 축구장 2천602개에 달하는 면적이 화마를 입었다.
2022년 울진 산불은 3월 4일 오전 11시 17분 최초 발화해 13일 오전 9시 주불이 잡혔다. 2000년 삼척 산불은 4월 7일 오전 10시 32분 불이 나 15일 오전 9시 주불 진화까지 약 190시간이 걸렸다.
이번 산청 산불은 최초 발화 이후 산림당국은 '산불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강풍에 화재 규모가 커져 23일에는 인근인 하동 옥종면, 25일에는 진주 수곡면까지 화마에 휩싸였다.
진주지역 산불의 주불은 발화 2시간 만인 당일 오후 6시 15분께 꺼졌다.
그러나 산청·하동 산불은 계속 확산해 26일 바람을 타고 산청 시천면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일부까지 번졌다.
산불 초기 이승화 산청군수가 진화작업을 지휘했으나, 발생 당일 산불영향구역이 100㏊를 넘기면서 박완수 경남지사에게 지휘권이 넘어갔다. 23일 산불영향구역이 1천㏊를 넘자 임상섭 산림청장이 통합지휘를 맡았다.
이후 산림청과 경남도, 산청군·하동군·소방·경찰·국방부·기상청·국가유산청·국립공원공단·산림조합 등 유관기관을 총동원한 진화작업이 이뤄졌다.
지리산 산불은 피해 면적이 123㏊로 전체 피해 면적과 대비 규모는 작지만 험준한 지형에 식생, 강풍 등이 진화대원들의 발목을 잡았다.
지리산 산불 현장의 삼림이 고밀도로 자라 헬기가 공중에서 투하한 진화용수가 지표면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했다.
낙엽층은 최대 깊이 100㎝에 무게만 ㏊ 당 300∼400t에 달했고 산불은 낙엽층을 연료 삼아 확산하는 '지중화' 양상까지 보였다.
경사도가 40도에 달하는데다 진입로가 없어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 고성능 산불 진화차 등 인력과 장비 투입이 어려웠다.
순간풍속이 최대 초당 10∼20m를 넘나드는 강풍이 불어 불티가 흩날리는 비화 현상까지 생겨 진화작업이 어려웠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4.5㎞ 떨어진 관음사 인근까지 연기가 피어올라 국립공원 피해가 더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산불이 지속되는 동안 두 차례 비가 왔지만 빗방울이 몇 분간 흩날리는 수준에 그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특수·공중진화대 등 진화대원들이 밤샘 작업을 한 끝에 이날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주한미군이 보유한 치누크(CH-47) 기종을 포함한 수십 대의 헬기가 수시로 투입되어 진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산불이 장기화하며 인명·재산 피해도 컸다. 진화작업 중 불길에 고립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재민은 총 2천158명 발생했으며 주택 28곳, 공장 2곳, 종교시설 2곳 등 시설 84곳이 피해를 봤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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