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릴 줄 알았는데 실수"…'전화만 100통' 난리 난 약국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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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전화 100통"…'꿈의 비만약' 위고비 확보 전쟁
'위고비' 국내 출시 후 '공급 부족'
제한된 물량에 "추가 발주해도 기약 없어"
처방 시작한 병원은 예약 대기 일주일
'위고비' 국내 출시 후 '공급 부족'
제한된 물량에 "추가 발주해도 기약 없어"
처방 시작한 병원은 예약 대기 일주일
"출시일에 발주를 넣었는데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도매상들도 당장 내줄 재고가 없다고 난리네요. 손님들은 계속 위고비 들어왔냐고, 언제쯤 들어오냐고 물어보는 데 해줄 말도 없고."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60대 약사 신모 씨는 "약값이 비싸서 관심만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실수였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근 약국 중 신씨의 약국만이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를 들이지 못했다. 그는 "도매상들도 일단 기다리라고만 하니 답답하다"며 "이 비싼 약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고 있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해외 유명인들이 사용해 널리 알려진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정식 출시된 가운데 약국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높은 인기에 비해 워낙 초기 물량이 적었던 탓에 아직 물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은 물량 확보 전쟁에 나선 모양새다.
약국마다 물량 확보 상황이 다른 상황이다. 이날 종로의 A약국 외벽에는 '위고비 입고'란 안내문이 붙었다. 출시일에 바로 물건을 받고, 전날부터 판매를 시작하면서 급하게 만들어 붙였다고 한다. 이 약국은 유명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성지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해당 약국에서 근무하는 30대 약사 박모 씨는 "발 빠르게 위고비 발주를 넣어 다른 곳보다 신속하게 물품을 받을 수 있었다. 규모가 작은 약국은 1차 재고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매를 시작한 어제 하루에만 위고비 관련 문의 전화만 100통 가까이 왔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있는 B약국도 가까스로 초도 물량 확보에 성공했지만, 충분한 물량을 받지는 못했다. 전날 이 약국에 들어온 위고비는 이미 당일 물량의 20%가 처방됐다. 이곳 약사인 30대 이모 씨는 "이대로면 이번 주 내에 위고비 재고가 다 떨어진다. 추가 발주를 하더라도 기약이 없다"고 전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로 받은 처방전을 통해 위고비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비대면 진료란 비교적 가벼운 병에 한해 의사를 만나지 않고 진료받아 처방전까지 발급받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 때 나우 닥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각광받았다.
이 약사는 "어제 한 30대 남자분이 비대면 진료로 받은 처방전을 가지고 위고비 3개월분을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사 갔다"며 "전화로 일대 약국에 입고 여부를 일일이 물어봤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발 빠르게 선주문하지 못한 약국들은 다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40대 약사 김모 씨는 "인근에 있는 내과가 곧 위고비 처방을 시작한다. 다음 달 중순까진 위고비를 들여놓아야 할 것 같아 다른 도매업자를 찾고 있다"며 "주변에서 듣기론 유독 물량 확보가 잘 되는 도매업체가 있다고 들어 수소문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비만 치료 목적의 전문 의약품으로 허가된 위고비는 처방 가격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도매 공급가는 1펜(4주분) 기준 37만2025원으로, 여기에 중간 유통업자와 약국이 마진이 마진을 붙여 소매가가 형성된다. 일각에선 80만~100만원대까지 가격이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급여 대상이기 때문에 약값은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에 내과, 성형외과 등 위고비 처방을 시작한 병원들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위고비 처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처방받으려면 현재 재고와 예약 환자를 고려해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는 국내에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위고비 물량을 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또다른 제품인 삭센다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에선 두 제품 간 가격 차이로 인해 오히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양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의약품 공급업체 관계자는 "삭센다와 위고비의 가격 차이는 최소 3배 이상"이라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삭센다는 위고비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팔릴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위고비 관련 모니터링 대응반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제품 사용에 따른 부작용과 이상 사례를 살펴보고 필요한 안전성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의료기관별 공급량과 증감 추이를 확인해 과대광고 여부 등 현장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관리원에서 우선 모니터링한 후 식약처에 이상 사례 결과를 보내주면 면밀히 분석하는 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위고비에 대한 높은 관심에 따라 오남용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의사)와 환자용 안내문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60대 약사 신모 씨는 "약값이 비싸서 관심만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실수였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근 약국 중 신씨의 약국만이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를 들이지 못했다. 그는 "도매상들도 일단 기다리라고만 하니 답답하다"며 "이 비싼 약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고 있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해외 유명인들이 사용해 널리 알려진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정식 출시된 가운데 약국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높은 인기에 비해 워낙 초기 물량이 적었던 탓에 아직 물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은 물량 확보 전쟁에 나선 모양새다.
"입고 첫날 문의 전화만 100통"…'위고비'가 뭐길래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가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한 위고비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21년 미국을 시작으로 이달 15일 국내에서 정식 출시됐다. 초도 물량의 전체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품귀 현상에 따라 제한적인 물량만이 국내에 풀렸다.약국마다 물량 확보 상황이 다른 상황이다. 이날 종로의 A약국 외벽에는 '위고비 입고'란 안내문이 붙었다. 출시일에 바로 물건을 받고, 전날부터 판매를 시작하면서 급하게 만들어 붙였다고 한다. 이 약국은 유명 비만 치료제인 '삭센다'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성지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해당 약국에서 근무하는 30대 약사 박모 씨는 "발 빠르게 위고비 발주를 넣어 다른 곳보다 신속하게 물품을 받을 수 있었다. 규모가 작은 약국은 1차 재고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매를 시작한 어제 하루에만 위고비 관련 문의 전화만 100통 가까이 왔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있는 B약국도 가까스로 초도 물량 확보에 성공했지만, 충분한 물량을 받지는 못했다. 전날 이 약국에 들어온 위고비는 이미 당일 물량의 20%가 처방됐다. 이곳 약사인 30대 이모 씨는 "이대로면 이번 주 내에 위고비 재고가 다 떨어진다. 추가 발주를 하더라도 기약이 없다"고 전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로 받은 처방전을 통해 위고비를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비대면 진료란 비교적 가벼운 병에 한해 의사를 만나지 않고 진료받아 처방전까지 발급받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 때 나우 닥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각광받았다.
이 약사는 "어제 한 30대 남자분이 비대면 진료로 받은 처방전을 가지고 위고비 3개월분을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사 갔다"며 "전화로 일대 약국에 입고 여부를 일일이 물어봤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발 빠르게 선주문하지 못한 약국들은 다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40대 약사 김모 씨는 "인근에 있는 내과가 곧 위고비 처방을 시작한다. 다음 달 중순까진 위고비를 들여놓아야 할 것 같아 다른 도매업자를 찾고 있다"며 "주변에서 듣기론 유독 물량 확보가 잘 되는 도매업체가 있다고 들어 수소문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비만 치료 목적의 전문 의약품으로 허가된 위고비는 처방 가격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도매 공급가는 1펜(4주분) 기준 37만2025원으로, 여기에 중간 유통업자와 약국이 마진이 마진을 붙여 소매가가 형성된다. 일각에선 80만~100만원대까지 가격이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급여 대상이기 때문에 약값은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에 내과, 성형외과 등 위고비 처방을 시작한 병원들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온라인에서 위고비 처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처방받으려면 현재 재고와 예약 환자를 고려해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는 국내에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위고비 물량을 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또다른 제품인 삭센다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계에선 두 제품 간 가격 차이로 인해 오히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양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의약품 공급업체 관계자는 "삭센다와 위고비의 가격 차이는 최소 3배 이상"이라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삭센다는 위고비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팔릴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위고비 관련 모니터링 대응반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제품 사용에 따른 부작용과 이상 사례를 살펴보고 필요한 안전성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의료기관별 공급량과 증감 추이를 확인해 과대광고 여부 등 현장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관리원에서 우선 모니터링한 후 식약처에 이상 사례 결과를 보내주면 면밀히 분석하는 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위고비에 대한 높은 관심에 따라 오남용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의사)와 환자용 안내문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