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를 잡기 위한 은행권의 자산관리(WM)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프리미엄 자산관리’를 내걸고 WM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다. 특화점포 개설은 물론 고액 자산가를 위한 중매결혼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기업은행도 뛰어들어

"슈퍼리치 2세 교육·결혼 책임"…은행, 프리미엄 자산관리 경쟁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8월부터 ‘IBK 프리미어 기업 자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산 매각부터 가업승계 세무·노무 관리, 연금, 인수합병(M&A) 등을 한번에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서비스 대상은 총수신 100억원 이상 기업과 전국 지역본부장의 추천을 받은 기업 고객이다. 기존 자산관리 컨설팅이 전문가와 1 대 1 연결 방식이었다면 IBK 프리미어 기업 자문 서비스는 각 분야 전문가가 동시에 상담을 제공하는 구조다. 기업은행 내 6개 부서가 머리를 맞댈 정도로 신경을 썼다. 기업은행은 이달 ‘3대 클럽 투자세미나’도 열었다. 기업은행 우수 고객인 최고·여성·미래클럽을 대상으로 금융투자 노하우와 각 기업의 자산배분 전략을 교육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고객인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에게 자산관리 마케팅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맞선부터 2세 교육까지

은행권은 고액 자산가의 다양한 취향을 맞추기 위해 자녀 결혼 주선 및 교육, 미술 전시 등 비금융 서비스를 늘리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이달 법무법인 율촌과 손잡고 법률자문 서비스를 추가했다. 본인은 물론 가족의 자산까지 한꺼번에 맡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에게 세무와 법률 지원, 실제 판례와 유권해석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법률 자문 서비스를 한다. 기존 율촌 고객에게 VVIP(초우량고객) 전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신규 고객 확보에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골프장과 미쉐린 식당 예약부터 2세 교육까지 제공하는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의 통합 자산관리 체계를 통해 고액 자산가 자녀들의 인적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교류의 장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VIP 고객의 결혼까지 자산관리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과의 업무협약을 통해서다. 우리은행 자산관리 브랜드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 고객에게 1년간 결혼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문화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고액 자산가와의 정서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프라이빗뱅커(PB) 센터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꾸민 ‘갤러리뱅크’를 늘려나가고 있다. 금융상담을 받는 것은 물론 전문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농협은행은 지방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세미나를 열고 고객층을 확보해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 시중은행 WM 부문 부행장은 “인터넷은행 등장 이후 과거처럼 투자대기성 예금을 맡기는 주거래은행의 개념이 옅어지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기를 맞아 뭉칫돈을 맡길 수 있는 고액 자산가 고객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들이 WM 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