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증권 1300억 운용손실 사태에 증권가 '눈치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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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증권 1300억 운용손실에 놀란 증권사들
"우린 다르다"…점검 분주
"업계 시딩 중단 도미노 우려…ETF 시장 위축 가능성"
"우린 다르다"…점검 분주
"업계 시딩 중단 도미노 우려…ETF 시장 위축 가능성"

"우린 다르다"…옆동네 사태에 증권사들 '화들짝'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ETF 유동성 공급자(LP) 운용 관계 부서들에 대한 내부 점검에 돌입했다. 신한투자증권이 ETF LP 업무 목적에서 벗어난 선물 매매로 손실을 빚은 만큼 각사에서도 유관부서 조사에 나선 것이다.ADVERTISEMENT
이는 신한투자증권이 '블랙먼데이'를 전후로 대규모 ETF LP 운용 손실을 본 영향이다. 앞서 지난 11일 신한투자증권은 ETF LP 업무 목적을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인해 1300억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이 일어난 사실을 10일 발견했다고 공시를 통해 자진 신고했다. 이 금액은 올 상반기 기준 연결 자기자본 5조5257억원의 2%, 상반기 순이익(2071억원)의 60%가 넘는 규모다.
손실은 지난 8월2일부터 10월10일까지 발생했다. 업계에선 신한투자증권 LP 담당자가 올 8월 초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역대급 폭락하면서 투자한 선물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를 등록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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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장담했는데 '망연자실'…담당자는 대기발령
이번 사태의 정점에 선 법인선물옵션부 부서장과 과장은 인사팀으로 대기발령 조치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 현장검사 등이 마무리될 시점을 즈음해 인사위원회 등을 거쳐 징계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신한금융 계열 전반은 암울한 분위기다. 2019년 환매사태가 빚어진 '라임펀드 사기사건' 당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3248억원을 팔아 논란이 됐던 가운데 사건을 봉합한 지 얼마 안 가 대규모 손실 사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내부통제 쇄신을 위해 힘써 온 조치들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처음으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했고, 신한투자증권도 올 3월 증권사 첫 타자로 도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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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한 관계자는 "LP들의 권한이 커져 발생한 사고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하지만 이걸 못 보고 넘어간 회사의 내부통제망이 더 큰 문제"라면서 "이 기회로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관련 전산시스템과 임직원 보상 구조를 제대로 보강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책무구조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학계 한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를 증권사 중 제일 먼저 만들었는데 '보여주기식'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부통제에 전형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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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점검 중'…당분간 ETF 출시 난항 겪을 듯
업계에선 이번 사고로 ETF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았다. 신한투자증권은 금감원 조사를 받는 동안은 ETF 시딩(초기 자금 투자)과 호가 제공을 멈추기로 했다.업계 우려는 신한투자증권의 LP 역할 공백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또 금감원 지시로 내부 점검에 들어가면서 ETF 시딩을 멈추고 몸을 사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렇게 되면 ETF 첫 설정 때부터 시딩을 받아서 들어가는 운용사들로선 예정된 ETF 출시 일정들을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4일 공동 출시가 예정된 밸류업 ETF도 예외는 아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ETF 출시에는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가 필수"라며 "그런데 김병환 금융위원장까지 조사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굳이 적극적으로 시딩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