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ing girling" 영어 쏟아지자…오히려 뜨는 '한국어 가사' [연계소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영어 가사 홍수 속 오히려 주목 받는 '한글 가사'
투어스·QWER, 한글 비중 많다는 자체만으로 '화제'
데이식스·잔나비·아이유·윤하 작사도 '인기'
위로·순수·공감 등 한국인 정서 맞춤 표현법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영어 가사 홍수 속 오히려 주목 받는 '한글 가사'
투어스·QWER, 한글 비중 많다는 자체만으로 '화제'
데이식스·잔나비·아이유·윤하 작사도 '인기'
위로·순수·공감 등 한국인 정서 맞춤 표현법

This time I want / You You You You like it's magnetic / U U U U U U U U super 이끌림 (아일릿 '마그네틱')
더 Hit the Klaxon / Hon hon hon hon hon hon / 또 Hit the Klaxon (여자아이들 '클락션')
Su su su Supernova / Nova / Can't stop hyperstellar (에스파 '슈퍼노바')
Ya don't you know how sweet it tastes / How sweet it tastes (뉴진스 '하우 스위트')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K팝 그룹들의 인기곡 후렴이다. 귀에 확 꽂히는 멜로디에 일부 단어를 반복하는 형식으로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곡의 핵심 구간인 후렴을 대부분 영어 가사로 채웠다는 점이다.
ADVERTISEMENT

플레디스엔터테인트 신인 투어스(TWS)는 대부분 한국어로만 이루어졌던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 이어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에서는 일부 추임새를 제외하고는 전부 한글로 채웠다. 국내 팬들은 "가사에 한글 많은 거 좋다", "한글로 꽉 채운 가사 감동이다", "별 의미 없는 영어 가사만 보다가 의미가 확 와닿으니 좋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어 가사로 곡의 의미가 또렷하게 전달되니 전체적인 분위기와 콘셉트까지 더 효과적으로 느껴지고, '말맛'이 제대로 살아났다는 평가가 따랐다.
ADVERTISEMENT
최근 음원차트를 장악한 데이식스의 경우 곡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글 가사로 탄탄하게 노래하는 팀이다. 역주행 기적을 일으킨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비롯해 신곡 '녹아내려요'와 전작 '해피', '웰컴 투 더 쇼'까지 전부 영어 가사는 필요에 의해 극소수만 쓰였다. 데이식스의 인기 요소로 꼽히는 게 바로 곡이 지닌 내용이다. 이들이 전하는 위로와 공감의 가사들은 과도한 장치 없이 한국인 정서에 꼭 들어맞는다.
또 다른 음원 강자 QWER도 마찬가지다. '고민중독'에 이어 신곡 '내 이름 맑음'에도 영어가 아예 없다. 대신 화자의 상황과 심경이 세밀하게 표현돼 마치 한 편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듯하다. '꾹꾹 참고', '꼭꼭 숨겨서', '퉁퉁 붓고', '꼬깃꼬깃 구겨' 등의 의태어로 가사적 측면에서의 중독성을 만들어냈다. 곡이 지닌 깨끗한 느낌이 더 순수하게 잘 전달된다는 평이 나온다.
ADVERTISEMENT

잔나비는 마치 시를 읽는 듯한 감성적인 표현력과 꾸밈 없는 작법을 구사해 '가요계 음유시인'으로 불린다.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 남몰래 펼쳐보아요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 또다시 찾아오는 / 누군갈 위해서 / 남겨두겠소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이대로 이대로 / 더 길 잃어도 난 좋아 / 노를 저으면 그 소릴 난 들을래 / 쏟아지는 달빛에 / 오 살결을 그을리고 / 먼 옛날의 뱃사람을 닮아볼래 / 그 사랑을 ('외딴섬 로맨틱')
ADVERTISEMENT
아이유는 '사랑히', '세로질러', '연구름', '꽃갈피' 등 기존에 없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걸로 유명하다. 분명 새로 만들어진 단어임에도 곧바로 어떠한 이미지나 감정이 머리를 스치고 마음을 울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유는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를 통해 "가사를 쓴지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다 보니 훈련이 되는 것 같다. '이런 표현은 이런 식으로 해야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하더라'라는 게 생긴다"면서 "한글을 진짜 너무 좋아한다. 번역을 하면 한글의 맛이 표현이 다 안 될 때가 많고 우리나라만 쓰는 표현 같은 게 있다"고 전했다.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 인기를 끈 윤하는 대부분의 곡을 한글로만 쓰는 대표적인 가수다. 그는 아나운서가 선정한 한국어를 사랑하는 연예인에 뽑히기도 했다.
윤하는 한글 가사를 쓰는 것과 관련해 "자부심"이라는 말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팝스타와 록스타를 동경해오다 보니까 '나는 왜 해외에서 안 태어났지?', '나는 왜 댄서블한 음악이 많은 한국에 태어나서 더 나아갈 수 없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원망이 되기도 했는데 시대가 달랐던 것뿐이더라. 지금 BTS 등 우리나라 가수들이 여기저기서 인기 있고 국위선양도 하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별점을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네도 한번 부러워해 봐라', '이런 예쁜 말들이 너네한테도 있어?'라는 거다. 이건 내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죽었다 깨어나도 외국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거라 더 자부심을 갖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