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디캔딩하다, '임윤찬 스승' 손민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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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섭의 음(音)미하다]
KBS교향악단 제805회 정기연주회
'전원의 브람스, 그 내면의 풍경' 공연 리뷰
9월 4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려
뮌헨 출신 윤 메르클 지휘, 피아니스트 손민수 협연
농익은 브람스 음악을 아름다운 향기로 풀어낸
'손민수 매직' 돋보여
KBS교향악단 제805회 정기연주회
'전원의 브람스, 그 내면의 풍경' 공연 리뷰
9월 4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려
뮌헨 출신 윤 메르클 지휘, 피아니스트 손민수 협연
농익은 브람스 음악을 아름다운 향기로 풀어낸
'손민수 매직' 돋보여
지난 9월 4일(수) 오후 8시 'KBS교향악단 제805회 정기연주회 : 전원의 브람스, 그 내면의 풍경'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피아노는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가 연주했고, KBS교향악단은 윤 메르클이 지휘했다. 이날의 레퍼토리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Piano Concerto No. 2 in B flat major, Op. 83)>과 <브람스 교향곡 2번 (Symphony No.2 in D major, Op. 73)>으로 구성되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브람스가 교향곡 1번으로 대성공을 거둔 후, 자신감이 충만해진 상태에서 만든 곡이다. 자신의 스승이자 오랜 친구 ‘에두아르트 막센(Eduard Marxsen)’에게 헌정한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그리고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등을 모두 품은 엄청난 에너지가 있는 협주곡이다.
일반적인 협주곡과는 달리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피아노 연주와 거대한 관현악 튜티가 시시각각을 다투며 격렬한 소리의 경쟁을 일궈내야 하기에 ‘피아노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기교, 힘, 감성을 극대화시키면서 균형 잡힌 흐름으로 연주해야 하는 곡이라 노련하고, 실력 있는 피아노 연주자만이 소화할 수 있다.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브람스가 약 20년간 공을 들여 <교향곡 1번 (Symphony No. 1 in C minor Op. 68)>을 완성한 후, 미처 다하지 못했던 교향적 이야기를 이어간 곡이다. 1악장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라, 이 교향곡에는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관련 칼럼]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 앞으로 한 달… 제2번은 결코 전원음악이 아니다 농익은 브람스, 손민수가 디캔딩하여 아름다운 향기로 풀어내
롯데콘서트홀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잦은 기침을 유도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사방에서 기침의 서곡을 들려줬다. 블랙 보타이로 정장의 맵시를 살린 손민수와 웃는 모습이 선한 지휘자 윤 메르클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활짝 웃는 두 음악가에 기침도 침묵으로 소멸했다. 연주의 시작. 제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Allegro Non Troppo)
피아노와 관현악기 사이의 ‘대담’ 같은 곡이다. 도입부에서는 호른과 피아노가 대화를 주고받고, 중반부에서는 관현악 전체의 튜티와 피아노의 독주가 음의 대토론을 펼친다. 크리스티앙 짐머만과 번스타인-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던 버전이 스케일의 최절정이었다면, 손민수와 윤 메르클-KBS관현악단의 버전은 윤슬같이 은은한 스타일이었다. 브람스 특유의 중후함을 살린 해석보다 은은하면서도 선명한 향을 표현한 1악장이었다.
제2악장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 (Allegro Appassionato)
피아노와 관현악의 대화로 일궈진 1악장이 2악장에서 악기의 합창으로 발산한다. 손민수가 격렬하게 두들기는 피아노 건반에 치밀함과 섬세함이 녹아 있었다. 1악장에서 관현악이 피아노에 밀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2악장에서는 목관, 금관, 현 등 모두가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잘 다져진 관현악 카페트 위에서 손민수의 피아노는 우아하게 노닐고 있었다.
제3악장 안단테 (Andante)
피아노 협주곡에 첼로 독주 파트를 넣는 과감한 시도를 한 악장으로, 브람스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경계에서 독보적인 음악가임을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첼로는 피아노를, 피아노는 클라리넷을, 오보에는 첼로를 이끌어내며 곡의 재미를 더해간다. 악기들끼리 서로 소통하며 소리의 잠재성을 끌어내는 느낌인데 특히, 첼로가 피아노와 맞붙어서 연주의 부피와 긴장을 키워가는 부분이 압권이다. 손민수는 능수능란한 연주로 악기들을 서로 연결하고, 지지해주고, 이끌어주면서 3악장이 가진 묘한 연속성을 좀 더 신비하게 풀어냈다.
제4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Allegretto Grazioso)
마지막 악장에서 손민수는 여섯 개의 주요 주제들을 각기 다른 분위기로 거듭 발전시키며 피아노 기교의 절정을 보여줬고, 치밀한 연주와 단단한 구성을 만들어갔다. 브람스 음악에는 전반적으로 억눌린 감정이나 중후한 기운이 흐른다. 손민수는 노련한 소믈리에가 농익은 와인을 디캔딩해, 잠재력을 끌어올리듯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아름다운 향기로 풀어 헤쳤다. 그야말로 임윤찬의 스승이 선사한 '손민수 매직'이었다.
[참고영상 -
J. BRAHMS : PIANO CONCERTO No.2 Op.83 KRYSTIAN ZIMERMAN, L.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이진섭 칼럼니스트
일반적인 협주곡과는 달리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피아노 연주와 거대한 관현악 튜티가 시시각각을 다투며 격렬한 소리의 경쟁을 일궈내야 하기에 ‘피아노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기교, 힘, 감성을 극대화시키면서 균형 잡힌 흐름으로 연주해야 하는 곡이라 노련하고, 실력 있는 피아노 연주자만이 소화할 수 있다.
<브람스 교향곡 2번>은 브람스가 약 20년간 공을 들여 <교향곡 1번 (Symphony No. 1 in C minor Op. 68)>을 완성한 후, 미처 다하지 못했던 교향적 이야기를 이어간 곡이다. 1악장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라, 이 교향곡에는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관련 칼럼]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 앞으로 한 달… 제2번은 결코 전원음악이 아니다 농익은 브람스, 손민수가 디캔딩하여 아름다운 향기로 풀어내
롯데콘서트홀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잦은 기침을 유도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사방에서 기침의 서곡을 들려줬다. 블랙 보타이로 정장의 맵시를 살린 손민수와 웃는 모습이 선한 지휘자 윤 메르클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활짝 웃는 두 음악가에 기침도 침묵으로 소멸했다. 연주의 시작. 제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Allegro Non Troppo)
피아노와 관현악기 사이의 ‘대담’ 같은 곡이다. 도입부에서는 호른과 피아노가 대화를 주고받고, 중반부에서는 관현악 전체의 튜티와 피아노의 독주가 음의 대토론을 펼친다. 크리스티앙 짐머만과 번스타인-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던 버전이 스케일의 최절정이었다면, 손민수와 윤 메르클-KBS관현악단의 버전은 윤슬같이 은은한 스타일이었다. 브람스 특유의 중후함을 살린 해석보다 은은하면서도 선명한 향을 표현한 1악장이었다.
제2악장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 (Allegro Appassionato)
피아노와 관현악의 대화로 일궈진 1악장이 2악장에서 악기의 합창으로 발산한다. 손민수가 격렬하게 두들기는 피아노 건반에 치밀함과 섬세함이 녹아 있었다. 1악장에서 관현악이 피아노에 밀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2악장에서는 목관, 금관, 현 등 모두가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잘 다져진 관현악 카페트 위에서 손민수의 피아노는 우아하게 노닐고 있었다.
제3악장 안단테 (Andante)
피아노 협주곡에 첼로 독주 파트를 넣는 과감한 시도를 한 악장으로, 브람스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경계에서 독보적인 음악가임을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첼로는 피아노를, 피아노는 클라리넷을, 오보에는 첼로를 이끌어내며 곡의 재미를 더해간다. 악기들끼리 서로 소통하며 소리의 잠재성을 끌어내는 느낌인데 특히, 첼로가 피아노와 맞붙어서 연주의 부피와 긴장을 키워가는 부분이 압권이다. 손민수는 능수능란한 연주로 악기들을 서로 연결하고, 지지해주고, 이끌어주면서 3악장이 가진 묘한 연속성을 좀 더 신비하게 풀어냈다.
제4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Allegretto Grazioso)
마지막 악장에서 손민수는 여섯 개의 주요 주제들을 각기 다른 분위기로 거듭 발전시키며 피아노 기교의 절정을 보여줬고, 치밀한 연주와 단단한 구성을 만들어갔다. 브람스 음악에는 전반적으로 억눌린 감정이나 중후한 기운이 흐른다. 손민수는 노련한 소믈리에가 농익은 와인을 디캔딩해, 잠재력을 끌어올리듯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아름다운 향기로 풀어 헤쳤다. 그야말로 임윤찬의 스승이 선사한 '손민수 매직'이었다.
[참고영상 -
J. BRAHMS : PIANO CONCERTO No.2 Op.83 KRYSTIAN ZIMERMAN, L.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이진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