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출근 시간을 30분 늦춰달라”며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전 9시 출근 근무제로는 ‘가족들과 아침밥을 함께 먹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노조의 요구가 수용되면 은행 영업점 업무 시작 시간이 30분 늦어져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출근 30분 늦추려 총파업한다는 금융노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오는 25일로 예고한 총파업에 앞서 세(勢)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안에는 영업 시작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늦춰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근로계약서상 근로 시간이 9시부터임에도 은행원들은 항상 8시30분 이전 출근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9시에 영업을 개시하기 위해선 그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이들과 아침밥을’이란 슬로건도 내걸었다. “이른 출근 시간 탓에 아이들과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 없다”는 은행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당시 단축근무제가 도입되며 한시적으로 시작·마감 시간을 30분씩 조정한 바 있다.

‘주 4.5일 근무’도 핵심 요구 중 하나다. 금융노조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주 36시간 4.5일제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주 4일제를 시행하면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에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지방 소멸 위기도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사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2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10만 금융노동자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금융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은 고객이 많이 찾는 점심시간에 개인 창구 모든 직원이 일하는 ‘점심시간 집중근무제’를 시행하고 마감 시간을 오후 6시로 연장하는 등 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은행원들이 근무 시간 단축에만 목을 맨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평균 연봉은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올 상반기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는 6050만원에 달했다. 삼성전자(5400만원) 현대자동차(4200만원) 등 주요 대기업을 웃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