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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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위험은 시장 자체다.”(투자관리사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츠의 로렌 굿윈 수석시장전략가)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태풍의 핵이 된 건 지난달 미국의 고용보고서다. 이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전 경기 침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8월 고용보고서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어서다. 고용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빅컷(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과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 전망이 요동치면서 뉴욕증시까지 덩달아 널뛰고 있다.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통화정책 관련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되면서 월가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용시장 해석 두고 설왕설래

R공포에 예민해진 시장…빅컷 전망, 59%까지 올랐다 30%로 하락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에선 이번 FOMC에서 2020년 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최근 “통화 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언급한 만큼 피벗(통화 정책 전환) 자체를 의심하는 시각은 없다는 의미다.

관건은 금리 인하 수준이다. 통상 주요국 중앙은행은 피벗 시점에 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씩 조정한다. 하지만 고용 시장이 악화하면서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미국 노동부는 8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에 비해 14만2000명 늘어났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인 16만1000명을 크게 밑돌았다. 12개월 평균 증가 폭이 20만2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고용 시장 냉각 신호로 해석됐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보고서 발표 후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빅컷 가능성을 제기했다.

증시 조정, Fed에 압박될 수도

고용 시장이 우려할 만큼 급격하게 악화한 건 아니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단 실업률이 5개월 만에 처음 하락한 데다 시간당 평균임금이 0.4% 오른 점을 이유로 꼽았다. 근로자들이 여전히 협상권을 쥐고 임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주간 근로시간도 7월 34.2시간에서 8월 34.3시간으로 늘어 고용 시장이 바닥을 친 건 아니라는 해석도 나왔다.

토머스 라이언 캐피털이코노믹스 분석가는 “고용 인원 측면에서는 동결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아직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고 있다”며 “전형적인 경기 침체의 모습은 분명히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보고서는 빅컷 가능성을 고려하는 파월 의장을 비롯한 비둘기파와 베이비컷을 고수하는 매파 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장 판단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 이달 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은 70%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0.5%포인트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 전망은 30%에 머물고 있다. 8월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엔 일시적으로 빅컷 전망이 43%에서 59%까지 치솟아 베이비컷 전망을 앞지르기도 했다. 6일 미국 증시도 장 초반 강보합에서 급락으로 마감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이날 하루 동안 상승세와 하락세를 오갔다.

로렌 굿윈 수석시장전략가는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명백한 데이터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빅컷은 오히려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며 “Fed 역시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