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그 女아이돌 맞지?"…미성년자도 무차별로 당했다 [유지희의 ITMI]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진작가·모델 SNS 사진 다 내린다"
퍼지는 '딥페이크' 공포
텔레그램 뿐 아니라 '핀터레스트' 에서도 발견
미성년자 아이돌 대상 한 딥페이크 사진 '우수수'
퍼지는 '딥페이크' 공포
텔레그램 뿐 아니라 '핀터레스트' 에서도 발견
미성년자 아이돌 대상 한 딥페이크 사진 '우수수'
딥페이크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에 알려진 텔레그램뿐 아니라 '핀터레스트'에도 아이돌 상대로 한 딥페이크 합성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무대 의상을 속옷 사진으로 바꿔놓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해 합성해 놓은 사진이 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딥페이크를 통해 마치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처럼 꾸며진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여자 아이돌 대상이었다.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사진을 해당 앱에서 찾아보면 이 같은 합성사진은 단 한 장 밖에 찾을 수 없었다. 미성년자인 어린 여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합성 사진까지 버젓이 게시돼 있다. 연관검색어엔 '연예인 능욕 합성' 등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자극적 사진들이 줄줄이 나온다.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 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딥페이크 영상 수는 9만5820건으로 2019년 대비 550% 폭증했다. 또한 전체 딥페이크 동영상 중 음란물 비중은 98%, 해당 영상 피해자의 99%는 여성이었다.
특히 한국인은 딥페이크 음란물의 주된 표적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의 국적은 한국이 53%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미국이 20%, 일본은 10%였다. 전 세계 딥페이크 음란물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중 95%가 연예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가수가 58%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여성 가수가 딥페이크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이듬해 텀블러, 트위터(현 X) 등에 지인의 얼굴에 음란한 사진을 합성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더니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지인 능욕' 방이 시작됐다.
특히 텔레그램은 올해 4월부터 1000명 이상을 모은 방 개설자에게 광고 수익을 주기 시작하면서 방이 더욱 활성화됐다. 능욕방 합성 사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하면서 일부 사용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사진을 모두 내리며 빗장을 꽁꽁 걸어 잠갔다. 특히 이번 사태는 사진을 주 업으로 하는 사진작가와 모델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 약 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진작가 A씨는 본인의 SNS 소개 글에 "현재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태로 인해 (사진들을) 비공개 처리합니다"라는 글을 띄우고 모든 사진을 내렸다.
그는 "같이 작업했던 작가 분들, 모델 분들이 (딥페이크) 이슈 때문에 사진을 내리거나 계정을 비공개 처리했다"며 "주변만 봐도 대략 10여명 넘는 사진작가와 모델이 이러한 선택을 했는데 다만 상업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은 삭제 요청 시 사진을 내리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공지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51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진작가 B씨도 "주변에 많은 사진 작가들과 모델이 이 이슈 때문에 사진을 모조리 내렸다"며 "일반인들의 경우 크게 개의치 않거나 사진을 그냥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작가와 모델을 중심으로 한동안 게시물을 올리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아 SNS가 이전보다 잠잠해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사진 모델로 활동하던 C씨는 자신의 SNS에 150개 이상 게시되어 있던 작업 사진을 모두 내렸다. 그는 "SNS 내 사진 도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굉장히 불안했는데 신고 외에 이렇다 할 처벌이 없었다"며 "텔레그램 능욕방의 경우에도 가해자들을 처벌해 범죄의 뿌리를 뽑는 것 보다 이렇게 사진을 내리고 숨기는 방법으로 스스로 범죄를 예방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범죄가 계속되는 것은 상대방을 비하하려는 경쟁적인 비교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경쟁 심리 안에 차별이나 혐오 심리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적인 게시물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사람을 불러 모으기 쉬울 뿐 아니라 심리학적으로도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할 때 쾌감이 배가 된다"며 "특히 여성이 성적인 피해에 가장 취약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위압적인 힘을 가하고 싶고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성향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텔레그램에서의 범죄는 법망을 보다 쉽게 피해가면서 최대한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해자들이 선택했을 것이다.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핀터레스트에 '여자 아이돌 합성' 검색하니…'충격'
31일 기준 핀터레스트 어플리케이션(앱)에서 '19 (아이돌 이름)'. '여자 아이돌 합성'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곧바로 해당 아이돌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 게시물 수십개를 확인할 수 있다.아이돌 무대 의상을 속옷 사진으로 바꿔놓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해 합성해 놓은 사진이 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딥페이크를 통해 마치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처럼 꾸며진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여자 아이돌 대상이었다.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사진을 해당 앱에서 찾아보면 이 같은 합성사진은 단 한 장 밖에 찾을 수 없었다. 미성년자인 어린 여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합성 사진까지 버젓이 게시돼 있다. 연관검색어엔 '연예인 능욕 합성' 등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자극적 사진들이 줄줄이 나온다.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 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딥페이크 영상 수는 9만5820건으로 2019년 대비 550% 폭증했다. 또한 전체 딥페이크 동영상 중 음란물 비중은 98%, 해당 영상 피해자의 99%는 여성이었다.
특히 한국인은 딥페이크 음란물의 주된 표적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의 국적은 한국이 53%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미국이 20%, 일본은 10%였다. 전 세계 딥페이크 음란물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중 95%가 연예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가수가 58%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여성 가수가 딥페이크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딥페이크 공포에 SNS 빗장 꽁꽁…사진작가들의 눈물
딥페이크 범죄가 처음 이슈화된 것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보기술(IT) 게시판 레딧에서 '딥페이크'라는 ID의 글쓴이가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해외 유명 연예인들의 가짜 포르노 영상을 올렸다.국내에서는 이듬해 텀블러, 트위터(현 X) 등에 지인의 얼굴에 음란한 사진을 합성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더니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지인 능욕' 방이 시작됐다.
특히 텔레그램은 올해 4월부터 1000명 이상을 모은 방 개설자에게 광고 수익을 주기 시작하면서 방이 더욱 활성화됐다. 능욕방 합성 사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하면서 일부 사용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사진을 모두 내리며 빗장을 꽁꽁 걸어 잠갔다. 특히 이번 사태는 사진을 주 업으로 하는 사진작가와 모델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 약 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진작가 A씨는 본인의 SNS 소개 글에 "현재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태로 인해 (사진들을) 비공개 처리합니다"라는 글을 띄우고 모든 사진을 내렸다.
그는 "같이 작업했던 작가 분들, 모델 분들이 (딥페이크) 이슈 때문에 사진을 내리거나 계정을 비공개 처리했다"며 "주변만 봐도 대략 10여명 넘는 사진작가와 모델이 이러한 선택을 했는데 다만 상업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은 삭제 요청 시 사진을 내리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공지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51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진작가 B씨도 "주변에 많은 사진 작가들과 모델이 이 이슈 때문에 사진을 모조리 내렸다"며 "일반인들의 경우 크게 개의치 않거나 사진을 그냥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작가와 모델을 중심으로 한동안 게시물을 올리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아 SNS가 이전보다 잠잠해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사진 모델로 활동하던 C씨는 자신의 SNS에 150개 이상 게시되어 있던 작업 사진을 모두 내렸다. 그는 "SNS 내 사진 도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굉장히 불안했는데 신고 외에 이렇다 할 처벌이 없었다"며 "텔레그램 능욕방의 경우에도 가해자들을 처벌해 범죄의 뿌리를 뽑는 것 보다 이렇게 사진을 내리고 숨기는 방법으로 스스로 범죄를 예방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 "딥페이크 가해자 늘어나는 이유는…"
이러한 딥페이크 음란물 합성 방이 오랜 기간 문제가 되는데도 가해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범죄가 계속되는 것은 상대방을 비하하려는 경쟁적인 비교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경쟁 심리 안에 차별이나 혐오 심리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적인 게시물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사람을 불러 모으기 쉬울 뿐 아니라 심리학적으로도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할 때 쾌감이 배가 된다"며 "특히 여성이 성적인 피해에 가장 취약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위압적인 힘을 가하고 싶고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성향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텔레그램에서의 범죄는 법망을 보다 쉽게 피해가면서 최대한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해자들이 선택했을 것이다.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